고추냉이, 건강지키고 입맛 살려요

자타가 공인하는 미식가 나한회(가명)씨는 특히 회를 즐긴다. 그러나 여름철이 되면 비가 자주 내리는 궂은 날씨와 식중독이나 ‘비브리오 패혈증’같은 위생에 대한 우려로 좋아하는 회를 맘껏 먹을 수 없어 안타깝다.

     
 
 
 
생선 변질 막고 균 죽이는 효과 있어

그래서 그가 선택한 대안은 ‘초밥’이다. 초밥에 들어가는 고추냉이(와사비)가 살균 작용을 한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실제 고추냉이(와사비)속의 이소티오시아네이트(isothiocyanates)에는 음식이 상하는 것을 방지하는 물질이 들어 있다.

이런 고추냉이(와사비)의 방부제 성분이 생선의 변질을 어느 정도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 때문에 고추냉이는 일본에서 식중독을 치료할 때 쓰이는 민간요법의 재료이기도 했고, 생선을 보관할 때에는 고추냉이의 잎을 같이 넣어두기도 했다. 또한 살균효과가 있어 날 생선에 있을 수도 있는 식중독 균을 죽이는 역할도 한다.

초밥이 고온다습한 일본의 여름기후에서 밥이 상하는 걸 막고 오래 보존하기 위해 식초를 섞은 것에서 유래된 점과 일맥상통한다. 이런 기능 뿐 아니라 고추냉이 특유의 톡 쏘는 향기는 청량한 느낌을 전해주고 식욕을 돋워준다. 생선의 비린내를 제거해 회 맛을 잘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장점도 있다.

그렇다면 실제 여름에 회보다 초밥 손님이 많을까? 마산 서성동에서 3대째 50년이 넘게 초밥집을 경영하는 ‘삼대초밥(옛 골목초밥)’의 전봉준 사장에게 회와 초밥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초밥 순서 지켜 먹어야 더 맛있다! 
흰살 → 붉은살 → 등푸른 생선
 
회나 초밥은 순서를 지켜 먹어야 제대로 된 맛을 느낄 수 있다.

먼저 가장 육질이 단단한 흰 살 생선부터 시작해 붉은 살 생선과 등 푸른 생선으로 먹어야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등 푸른 생선 쪽으로 갈수록 맛이 강하기 때문에 이를 먼저 먹으면 입안에 비린 맛이 오래남아 흰 살 생선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다음 초밥을 먹기 전에는 초 생강과 된장국을 미리 먹어 입을 헹구도록 한다. 이전 맛이 마무리 되므로 다음 맛을 제대로 느끼며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전 사장은 “통상적으로 비오는 날은 생선이 싱싱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 회를 잘 안 먹는데 이는 1970년대 전후 냉장고가 없던 시절 아이스박스에 얼음을 깔고 그 위에 회를 썰어 팔던 유래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지금은 활어차와 양식이 성행해 시대와 맞지 않는 선입견이 된 것이 사실”이라며 “날씨가 더워지고 습도가 높아지면서 씹는 질감이 중요한 음식인 회에 대한 심리적 요인일 뿐 근거 없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오랜 세월 일식을 한 ‘삼대초밥’의 경우도 이런 요인으로 여름이 되면 회 수요가 조금 주는 현상을 보인다고 한다. 초밥은 크게 변동이 없지만 회가 줆으로써 상대적으로 계절에 관계없이 일정한 수요를 기록하는 초밥이 전체 비율에서 높아지는 셈이다.

‘여름 회는 맛이 없다’는 통설도 맞지 않다. 이는 제철 생선을 먹지 않고 범하는 우다. 과일도 제철에 나는 것이 맛있듯 생선도 철에 맞게 먹어야 생선살이 단단하고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궂은 날씨 힘입어 '회' 대체수요로 인기

예를 들어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는 말이 있듯 도다리와 전어를 여름에 먹으면 당연히 봄·가을에 먹을 때 보다 맛이 덜하다는 것이다. 여름철 회로는 농어나 갯장어류(하모), 바다장어류(아나구), 민물장어(우나기)가 있다.

어쨌든 사람들의 마음이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여름이 되면 이런 저런 이유로 회보다 초밥을 상대적으로 많이 먹는다. 여름에 해안가에서 회보다는 장어를 많이 먹듯 초밥도 생선초밥보다 장어초밥이 많이 나간다고 한다.

요즘은 회전초밥도 대중화돼 소비자들이 각자의 취향과 원하는 양에 딱 들어맞게 충족하는 편이다. ‘퓨전 스시’라고 해서 날치알을 콩고물 무친 듯한 ‘롤’ 초밥도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다.

어떤 초밥이든 뿌리채소인 고추냉이가 가진 초록의 힘을 곁들여야 참맛을 느낄 수 있다. 살균·방부작용이나 비타민이 풍부한 점을 모르더라도 그동안 먹어왔던 식습관 속에 곁들여 먹는 음식의 존재이유가 자연스레 녹아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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