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인 한국건강관리협회 마산지부에서 건강검진을 받았다.



솔직히 정부 지원을 받거나 정부에서 운영하는 공공기관들은 민간기관에 비해 낙후된 시설에다 서비스는 엉망이어서 국민의 세금만 축낸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지금도 경쟁력이 떨어지는 몇몇 공사는 민영화 압박을 받고 있다. 적당히 해도 월급 받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종사자들의 안일한 생각이 이런 결과를 불러온 것이다.

건강관리협회에 대한 내 생각도 사실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검사를 받으러 협회 문을 들어서는 순간 나의 부정적인 선입견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마침 새해 첫날이라서인지 언제나 그런지는 몰라도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여직원 두 사람이 웃는 얼굴로 “어서오세요” 하고 인사를 했다. 기분이 참 좋았다. 그리고 친절하게 안내를 했다.



접수대로 가니 또 한분이 신청서를 건네주며 자세히 안내를 했다. 직원들의 표정과 목소리는 한결같이 밝고 명랑했다. 공공기관 종사자들 특유의 퉁명스럽고 거만한 자세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세상이 참 많이 변했구나 싶었다.



검사 항목이 적힌 차트를 들고 여기저기를 돌아 다니는 동안 나는 어느 한 군데에서도 불편함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내가 다가서는 순간, 해당 직원은 언제나 일어서서 나를 맞이했고, 여기서는 무엇을 측정하는 곳이라는 설명으로 심리적 안정을 주었다. 협회의 이런 친절과 검사가 사람들에게 꽤 알려졌는지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검사를 받으러 왔다. 검사 인원이 기껏해야 하루에 열명 안팎일 거라는 내 생각은 틀린 것이었다.

친절하고 상냥한 인사를 받으며 협회문을 나서는 발걸음이 더없이 가벼웠다. 그리고 꼬박꼬박 세금을 낸 보람이 피부로 느껴졌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건강관리협회의 이만한 서비스가 당연한 것인데도 돋보이는 것은, 아직도 공공기관들이 민간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우리나라 공공기관들이 제 할 일을 제대로 열심히 한다면 구조조정이니, 통폐합이니, 민영화니 하는 말이 나올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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