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 그릭·진 스윙글 그릭 지음ㅣ다른세상

“인간의 암 연구의 역사는 생쥐의 암 치료 역사였다. 우리는 수십 년 동안 생쥐의 암을 치료했지만, 솔직히 그것은 사람에게 효과가 없었다.”(국립암센터 리차드 클라우너 박사)

   
동물실험은 부정확하고 불필요하다


암에 걸린 가족이 있는 사람들은 잘 알고 있다. 현대의학이 암을 고칠 수 있는 가능성이 30%도 안된다는 것을.

경험한 바를 말하면 말기암 환자는 인간의 질병 치료를 위해 의사들이 실험대상으로 삼는 동물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의사들이 최신 기술이라고 내놓은 약품들에 말기암 환자와 가족들은 매달리게 되고, 그 마지막 매달림을 통해 의사들은 그들의 의학업적을 이루려 한다.

그러나 그 업적 이루기조차 녹록지 않다. 말기암 환자들은 각종 항암약물과 방사선으로 임상실험을 당한다. 이 환자들은 앞으로 암에 걸릴 환자들을 위한 희생양일 뿐 정작 치료의 수혜를 받지 못한다.

항암약물에 대한 부작용이 어떤 것인지만 더 남기고 세상과 등지게 되는 것이다. 이런 부분이 의학업적이라면 하루에 수없이 눈을 감는 암환자들이 오히려 현대의학을 진일보시키는 공을 세우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십억 마리 동물 희생했지만 인간에 새로운 위험 만들어

   
이병천·황우석 교수팀이 지난 4일 세계 최초로 복제 개 연구성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다른 동물들에 비해 복제가 훨씬 까다로운 개 복제에 성공했다는데 과학적 의미가 부여됐지만 생명공학의 윤리 문제도 다시 대두되고 있다.

인간의 욕망으로 인해 끝없이 이어지고 있는 의학적 동물실험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미국의 저명한 마취학자와 수의사 부부가 쓴 이 책은 독자들에게 동물실험에 관한 찬반을 과학적으로 평가하기 좋도록 유도하고 있다. 또 동물실험에 관한 이슈 전반을 일반 대중의 논의영역으로 가져오려 애쓰고 있다.

황우석 박사가 동물복제실험과 줄기세포 연구로 세계적인 스타가 되고 온 인류에게 희망을 가져다주고 있는 지금, 생뚱맞게도 저자인 진 그릭 박사와 레이 그릭 박사는 동물실험이 비윤리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동물실험을 지지하는 것이 바로 잘못된 과학이기 때문에 반대해야 하며, 이것은 결국 동물이 받은만큼의 고통을 인간에게 가져다 줄 것”이라고 단언한다. 동물실험은 왜 필요했을까?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기원전 4세기경, 히포크라테스가 임상연구 개념을 창안한 후 2세기 로마의 의사 갈레노스가 생체해부를 위해 불법으로 반입한 염소, 돼지, 원숭이에게 칼을 댄 것이 동물실험의 시초다.

13세기에 이르러 몬디노 드루찌라는 사람이 인체해부를 기초로 최초의 인간 해부학 교과서로 여겨지는 책을 발간했으며, 1543년 의사인 베살리우스가 갈레노스의 글 대부분이 잘못됐음을 주장하며 인체해부에 관한 책을 펴냈다.

동물실험은 1937년에 일어난 단 한번의 사건으로 관례화됐다. 당시 사람들은 헤로인과 유사한 화학물질인 디에틸렌글리콜에 녹는 새로운 설파계 항생제 ‘설파닐 아미드'라는 특효약을 복용했는데, 이 약을 먹고 107명의 사람들이 죽었고 사망자 대부분이 아이들이었다. 과학자들은 동물에게 이 약물을 시험했고, 동물 역시 죽었다. 이 사건으로 과학계는 그 이후 모든 약물검사에 동물을 사용해야 한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렇다면 동물실험으로 개발된 약들은 정말 인간에게 특효치료약이 되었을까.

저자들은 동물실험으로 개발된 의약품을 시장에 내놓는 것은 방심할 수 없는 위험이라고 선언한다. 매년 합법적 의약품이 모든 불법적 의약품보다 더 많은 사람을 죽게 한다는 것이다. 1994년 약물 거부반응으로 사망한 사람은 미국에서만 10만6000명에 달했다는 통계도 있다.

현대의 흑사병인 암도 마찬가지다. 암 전투는 인간의 것이었지만 보병은 동물이었고, 그 결과 고통받아 온 것은 인간이었다.

어떤 물질이 암을 유발하고, 암을 치료할 수 있는지 알고싶어했던 인간의 희망은 수십억 마리의 동물에게 수천 개의 물질을 먹이고, 바르고, 주사했다. 그러나 동물실험으로 더 많은 인간이 생명을 잃었고 새로운 위험을 만들어냈다.

“인간이 먼저 희생하는, 생명 위한 진정한 과학에 매진할때”

인간의 암의 종류는 200가지가 넘는다. 암의 일부는 어떤 동물에서는 비슷한 증상으로 나타나지만 증상의 원인, 영향, 치료, 예후 등의 관점은 인간의 암과 아주 다르다. 동물실험이 표류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저자들은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동물실험의 대안으로 전도유망한 것은 줄기세포에 대한 연구”라며 “연구원들은 치매, 당뇨병, 파킨슨씨병 등 불치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의 질병세포나 손상된 세포를 대체할 새로운 세포를 성장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털어놨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황우석 박사가 줄기세포 연구로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는 것은 예사롭지 않다.

저자들은 동물실험의 대안으로 “살아있는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이용할 수 있는 무한한 가치를 지닌 죽은 사람의 효소와 다양한 세포 소기관을 버리지 말아야 할 때가 올 것”이라며 “장기 기증에 적합한 사람들이 장기를 기증하려는 의지를 가지도록 법률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이상 무고한 동물들을 죽이면서 비용은 비용대로 들이며 인간에 해로움을 끼치게 하지말고 인간 자신을 먼저 희생할 줄 아는, 인간을 위한 진정한 과학에 매진할 때라는 주장이 낯설지만은 않다. 인간의 탐욕만 버린다면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414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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