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저히 가라앉지 않을 것 같던 아파트 시장이 최근들어 일시적 정체현상을 보이고 있다. 지역에 따라 매물이 쏟아지고 있는 곳도 많지만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이로 인해 천정부지로 치솟던 집값도 진정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그렇다고 고질적인 거품이 사그라들었다거나 시장이 안정국면에 접어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무엇 때문일까.

우선 투기과열지역을 대상으로 한 단기 처방이 어느 정도 먹혀들고 있고 여기에 정부의 부동산 종합대책 발표를 앞두고 일시적인 관망세가 시장에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투기 주춤 효과 일시적?

실제 수도권의 아파트 가격 오름세를 주도하며 부동산 불패신화라는 신조어를 낳고 있는 강남·송파·서초 등 소위 강남권의 집값이 이를 잘 증명해주고 있다. 지난주 이 지역의 아파트 매매가를 보면 낮게는 0.01%, 높게는 0.03%까지 떨어지는 등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비록 변동폭은 크지 않았지만 오르지 않는 것만 해도 시장흐름이 어떤가를 짐작케 하고 있다. 수도권 신도시도 같은 기간 가격 변동이 거의 없었으며 오히려 중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단지별로 2000만~3000만원 가량 내린 곳도 많다.

경남의 강남권으로 지칭되는 창원도 집값이 주춤하고 있다는 점에서 수도권과 비슷한 양상이다. 오르기만 하던 시내 주요 아파트의 평당가격이 최근 50만~80만원 가량 떨어졌다. 그나마 매물이 쏟아지고 있지만 사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아 최근 두 달 새 거래량이 절반으로 줄었다. 프리미엄 시장도 얼어붙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시티세븐의 경우 전매가 시작된 지지난달 중순 이후 최근까지 전매량이 전체 25% 수준에 머물렀고 프리미엄도 20~30% 하락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물론 창원의 경우 과열양상을 띠던 지난 2003년 6월 주택투기지구 지정을 시작으로 주택투기과열지구·주택거래신고지역 지정 등 잇따른 투기 억제 정책이 일정부분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 가운데 이달 중으로 발표될 정부의 부동산 종합대책이 시장을 움츠러들게 한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투자 혹은 투기꾼들이 종합대책의 수위를 봐가며 움직이겠다는 뜻이다. 일시적이든 어떻든 종합대책이 당장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대책의 내용과 여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대책이 전국의 부동산 시장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가느냐, 기왕의 고만고만한 대책에 그치느냐하는 기로에 선 셈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여당은 토지·주택 양면에 걸쳐 강력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늘이 두 쪽이 나더라도 부동산 만은 반드시 잡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평소 소신만 보더라도 수위의 정도를 가늠케 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의하면 여권은 이번 대책에 개발이익 환수제·토지보유세 강화 같은 부분적인 토지공개념 도입과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대상 확대·1가구2주택 중과세·부동산 시장을 교란시키는 분양권 전매의 전면금지 같은 내용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물론 집값 변동에 영향을 미치는 토지공개념에 대해 야권은 전면 도입을 주장하는 쪽과 시장침체를 우려하며 반대하는 쪽이 엇갈려 조율해야하는 문제가 남아있긴 하다.

규제와 공급 병행돼야

그러나 우리는 이번 대책이 규제 일변도로 가서는 곤란하다고 본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시장이 상당부분 왜곡돼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가능하다면 시장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합리적인 규제책과 함께 시장의 원리인 수요에 대한 대책, 즉 공급적인 측면이 병행돼야 한다. 보다 쉽고 싸게 집을 구할 수 있는 방안이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대책의 근저에는 땅과 집이 투기를 통한 부의 축적 대상이 아니라 생산과 주거의 개념이 깔려있어야 한다. 기왕 우리나라의 부동산 정책은 한탕을 노리는 투기꾼과 돈 있는 사람의 부의 축적 수단으로 악용돼 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만큼 법과 대책이 허술하고 있는 자에게 너그러웠다는 것이다.

부동산으로 인해 있는 자와 없는 자 간에 위화감이 조성되고 서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대책은 공급을 통해 집없는 서민에게 보다 폭넓은 기회를 부여하고, 있는 자에게는 부담을 주는 내용으로 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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