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깃불이 없어 국민의 반이 넘게 호롱불로 살았던 30여 년 전에 비하면 지금의 삶은 거의 극락 수준이다. 웬만한 집의 밥상도 옛날 임금님 수라상보다도 낫다.

분명 조금 더 가지고 덜 가진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삶의 질이 향상 되었다는데 대해서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지금의 자신 생활에 만족하지 못한다. 하나 같이 살기 힘들어 죽겠다는 것이다.

돈은 아무리 있어도 모자란다

이처럼 괴롭고 힘든 것은 따지고 보면 상대적 빈곤감이다. 저 사람은 그랜저를 타고 다니는데 나는 왜 못 타느냐는 것이다. 옆집은 50평이 넘는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우리는 왜 아파트가 25평 밖에 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저 사람은 서울 나들이 길에 고속철을 타고 가는데 나는 왜 고속버스를 타고 가야 하느냐며 세세한 것 하나까지 쳐다보고 비교 하니 속이 상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작은 것은 보이지 않고 큰 것만 보이기 때문이다. 아래는 내려다봐도 그저 그러려니 별 다른 느낌이 없다. 위만 쳐다보면 늘 모자라고 만족할 수 없어 속이 답답하다. 이 세상 금덩어리를 다 갖다 부어도 채울 수 없는 곳이 사람의 가슴속에 있는 곳간인데 말이다. 그래도 사람들은 죽는 그날까지 기를 쓰고 채우고 또 채우려 한다. 그 영혼의 허기진 배를 끝없이 채우기 위해 양심을 속이고 남을 해치기도 한다. 불의와도 적당히 타협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일년에 1억을 버는 사람이 늘 세상은 공평하지 못하다고 불만이다. 그 불만의 이유는 이렇다. 매달 저축을 300만원 넘게 하고 그리고 생명보험·아이들 과외비 각각 100만원 용돈100만원·취미생활비 50만원을 지출하고 나면 늘 생활비가 모자란다는 것이다. 이 같은 지출과 씀씀이가 평범한 월급쟁이들에게는 꿈같은 이야기지만 문제는 자신은 큰 돈이 아니라는데 있다.

이 뿐만 아니다. 10억대가 넘는 빌딩을 가지고 다달이 100만원이 넘는 세를 받아 살면서도 먹고 살기 힘들다며 인상을 쓰고 다닌다. 그러면서도 골프채를 들고 산으로 오르내리다가 낚싯대를 들고 바다로 나갔다가 하루가 짧다. 남들은 세상에 타고난 상팔자라고 다들 부러워 하지만 진작 자신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그의 입에서도 어느 놈은 팔자가 좋아 수백억 재산을 가지고 떵떵거리며 사는데 나는 고작 몇 층짜리 건물하나 밖에 없다며 세상을 욕하고 있다. 이 또한 아래는 내려다보지 않고 위만 보고 달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웬만한 월급쟁이 한 달 월급인 돈 100만원을 푼돈으로 여기는 사람에게는 수십억 재산에 수백 수천만원 가지고 있어도 쪼들릴 수밖에 없다. 그에게는 마음을 바꾸지 않는 한 살아가면 갈수록 오히려 힘겨움만 가중 시킬 뿐이다.

물질만능 시대에 자신의 삶을 만족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그러다보니 삶은 필연적으로 과시적이고 소유 지향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정도가 너무 지나치면 결국은 불행해지고 파멸을 불러오게 되는 것은 뻔하다. 내 능력대로 10원을 벌어도 100원을 벌어도 스스로의 처지에 만족하고 감사하며 몸을 낮추는 자세가 중요하다.

스스로 처지에 만족해야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 그 욕망을 잘 다스리는 자 만이 가슴에 있는 곳간을 채울 수 있다. 그렇지 못하고 자기 자신만·자기 가족만을 생각하는 삶은 큰 그릇을 빚지 못한다. 지나치면 오히려 평생 쌓아올린 탑을 무너뜨리게 될 것이다.

매년 억대의 돈을 벌어 자기 할 짓은 다하고 살면서 사는 것이 힘들다고 늘 불평하는 그런 좀생이는 극히 위험하다. 그들이 아무리 두 눈을 부릅뜨고 아래를 내려다본 들 무엇이 보일리가 없다. 보이는 것은 하늘과 땅 그리고 빌딩이고 나무다. 그러니 목까지 욕심만 차고 위만 보고 좇을 수밖에 없다. 가슴으로 내려다 봐야 볼 수 있다. 그러면 앞으로의 삶이 한결 수월해 질 것이다.

정신없이 달려온 지금 나는 어떻게 살았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것인지 돌아보고 생각할때다. 적당히 절제하는 삶이 훨씬 더 가치 있는 삶이 될 것이다. 천년만년 살듯이 온갖 욕심을 부려 본 듯 일신만 피곤 할 뿐이다.이쯤 돼서 인생은 ‘공수래공수거’라는 말의 의미를 한번 되새겨 볼 일이다. 세상을 가슴으로 보지 않고 두눈으로 보면 짜증 날 일이 많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