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객응원 '아리랑목동'에서 막대풍선에 치어리더로

오늘부터 3일간 마산야구장이 또한번 달구어질 전망이다.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 롯데와 한화의 올시즌 마지막 마산 3연전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마산 골수 야구팬들의 가슴은 또한번 꿈틀거리고 있다.

하지만 80~90년대와 지금의 야구장 풍경을 비교해 봤을때 사뭇 많이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어떤 이는 열기가 식었다고 말하기도 하고, 질서정연해졌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변화된 마산야구장의 풍경을 들여다보자.

◇ 치어리더 vs 취객응원단 = 90년대 들어 LG트윈스가 최초로 치어리더를 등장 시키면서 전구단으로 퍼져나갔다. 치어리더는 경기시작전부터 흥겨운 리듬에 맞춘 율동으로 관중들의 흥을 돋운다. 또 경기 공수교대 때에는 ‘키스타임·댄스타임’ 등 특별 이벤트까지 진행하기도 한다.

이에 반해 80년대에는 그야말로 각개전투식 응원이었다. 소주 한잔 걸쳐 자신의 흥에 못이긴 열성 관중들이 앞으로 나와 자연스럽게 응원을 주도했다. 그들의 레파토리는 아주 단순했다. 나와서 구호 몇마디 외치고 ‘337 박수’ 유도, 이어서 마무리로 ‘아리랑 목동’을 다함께 부르도록 유도하는 수순이었다.

이는 자발적 응원이 조직적 응원으로 변화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 마산야구장의 관중들. /경남도민일보 자료사진.
조직된 응원문화가 등장하면서 새롭게 선보인 것이 막대풍선이다. 이는 비단 야구장 뿐만 아니라 축구장·농구장으로 널피 퍼져있다. 이 막대풍선은 박수에 비해 훨씬 우렁찬 소리를 발산 한다.

하지만 이런 단점도 지적되고 있다. 지나치게 둔탁한 막대풍선 소리에 야구장의 백미인 공을 맞추는 방망이의 경쾌한 ‘딱’소리를 듣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는 순수한 웰빙야구를 추구하는 팬들에겐 조미료 첨가가 달갑지 않게 느껴질수 밖에 없을 것이다.

싸움난무 --> 질서정연 '안정감'

◇ 질서정연 vs 무질서
= 예전에는 싸움 구경을 하고 싶으면 야구장에 가면 됐다. 경기 초반에는 싸움이 일절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5회를 넘어가면 적당히 취기가 오른 팬들끼리 시비가 붙어 티격태격 하기 시작한다. 7~8회로 넘어가며 롯데가 경기에 패하는 쪽으로 기울여지면, 1루·3루·외야 할 것 없이 동시다발적으로 싸움이 일어난다. 당시 관중석은 시멘트였기에 위험하기 그지 없었다. 내야 상단쪽에서 엉겨붙은 관중들이 내야 하단까지 굴러 떨어지는 모습에서는 스턴트맨들을 연상케 만들었다.

하지만 2000년 이후에는 그런 모습이 거의 없다. 간간히 욕설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와도 싸움을 하는 관중은 찾아 보기가 힘들다. 프로야구 역사 24년에 걸맞게 관중문화도 성숙돼 가고 있는 것이다.

◇ 암표 vs 카드할인 = 마산서 6시 30분에 경기가 열리면 최소 5시 30분까지는 가야 안심하고 표를 구할수 있었던 시절. 표를 못 구하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공식입장료의 서너배를 줘서라도 암표를 사서 입장을 해야만 했다. 올 시즌초 롯데 돌풍으로 마산 개막 3연전에서 그런 모습이 부활하기도 했지만 성적하락으로 이번 3연전에서는 기대(?)하기 힘들듯 하다.반면 2000년대 이후에는 카드할인이라는 것이 등장했다. 모 구단의 경우에는 카드사와 제휴를 맺어, 홈경기 무료 입장 혜택을 준 경우도 있었으니 격세지감을 느낄수 있다.

한때 인터넷에서는 ‘한국야구의 마지막 지상낙원 마산’이라는 글이 네티즌들에게 관심을 끈 적이 있다. 내용인즉 ‘과격하지만 열정을 가진 마산야구팬, 그래서 마산에서 야구를 보면 간만에 제대로 된 야구를 본듯한 느낌’이라는 것이다. 예전 마산팬들의 과격함과 무질서를 그리워 할순 없겠지만 그때의 추억을 그리워 하는 것에 대해서는 비난할 수 없으리라….

롯데, 마산 경기 늘어난 이유는?
유료관중 확보! 롯데구단의 보이지 않는 꼼수
 
남석형 기자 nam@dominilbo.com

80~90년대에 마산야구팬들이 경기를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는 1년에 고작 4~6차례 밖에 없었다. 부산을 홈으로 사용하는 롯데자이언츠가 인심쓰듯 간혹 마산을 찾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부터는 경기 횟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2000년 17경기,2001년 16경기, 올시즌 9경기 등 평균 10경기 이상을 마산에서 갖고 있다.

갑자기 이렇게 마산을 찾는 횟수가 늘어난데는 롯데구단의 보이지 않는 꼼수가 숨어있다. 80~90년대 마산은 야구열기는 매우 높았지만 구장 규모가 작아 최대 수용인원이 1만5천명 미만이었다. 유료관중으로 따지면 1만명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당시 3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사직야구장은 평균 2만여명이 몰려드는데 굳이 생소한 마산까지 와서 야구를 할리 없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상황이 바뀌었다. 성적 하락으로 사직구장 평균 관중수가 급감한 반면 경기가 자주 열리지 않는 마산에 오면 일정 관중수는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예전 마산에서 좀더 많은 경기를 열어 달라는 애달픈 팬들의 요청에 묵묵부답이던 롯데가 아쉬우니 손을 뻗치고 있는 형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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