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불법 도청에 대한 각종 의혹들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여야는 27일 특검 도입 여부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열린우리당은 이번 사건에 한나라당이 깊숙이 엮여 있다며 박근혜 대표의 사과를 요구했고 한나라당은 X 파일 공개 과정에 정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맞섰다.

여 “한나라 개입, 철저히 조사하라”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은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검찰은 X 파일 유출 경위와 내용, 한나라당과 삼성 사이 불법 정치자금 거래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엄정한 검찰 수사 뒤 부족하다면 특검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전병헌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의 ‘미림팀’ 재건 △불법도청 자료 활용에 한나라당 개입 △한나라당 인사들의 불법 대선자금 전달 △전직 안기부 모임과 한나라당 유착관계 4개 의혹을 제기했다.

전 대변인은 “한나라당은 당 핵심 의원들이 관련된 사안인 만큼 자체 조사를 통해 진상을 밝히고 박 대표는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서울 염창동 당사에서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를 열고 이번 사건에 대한 진상을 밝히기 위해서는 특검뿐이라는 데 뜻을 모았다. 특히 강재섭 원내대표는 “한나라당 관련 내용만 집중 공개되고 있다”며 정부 ‘음모론’을 제기했다. 이정현 부대변인은 “한나라당 관련 내용은 집중 공개됐지만 당시 야당 관련 내용은 누락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면서 “이는 정치 의도가 들어간 공작으로 현 정권이 개입된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고 밝혔다.

야 “정부 개입의혹, 특검 도입해야”

민주노동당은 이날 당 차원에서 마련한 특검 법안을 발표했다. 노회찬 의원은 “X 파일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서는 국정조사와 특검을 병행해야 한다”면서 “열린우리당도 특검 도입 여지를 남긴 만큼 계속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국정원과 검찰 모두 당사자로 조사 자격과 도덕성이 없는 만큼 이 문제는 특검 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X 파일을 공개한 것으로 알려진 재미교포 박모씨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국정원으로부터 신병을 넘겨받아 긴급 체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전날 자해 소동을 빚은 전 안기부 불법 도청조직 ‘미림’ 팀장이었던 공운영씨가 자술서에서 ‘박씨가 X 파일로 삼성에 협박했다’고 진술한 것을 바탕으로 박씨를 추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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