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명소하면 에펠탑·몽마르트언덕 등과 함께 센강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랑그르고지의 몽타셀로산에서 발원한 이 강은 샹파뉴와 파리·노르망디를 거쳐 대서양으로 흘러드는 총연장 780㎞의 프랑스 3대 강 중의 하나다. 에펠탑에서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이 강은 잔잔한 물결 위로 유람선이 떠다니고 강 북쪽으로 이어진 샹젤리제거리의 가로수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한다. 맑은 날에는 강변을 따라 일광욕을 즐기고 가족과 연인이 여유롭게 산책하는 모습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래서 프랑스를 찾는 많은 외국인이 센강을 주요 관광코스에 넣는 이유이기도 하다.

파리 센강의 하수시설 관리

센강이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은 것은 주변 상황과 조화를 이루는 것도 있지만 근원적으로는 강의 수질에서 찾을 수 있다. 강물이 썩어 악취를 풍기고 쓰레기가 나뒹군다면 그 강은 이미 관광지로서,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센강은 바닥을 볼 수 없을 정도로 늘 희뿌였다.

육지의 석회질이 강물로 녹아든 탓이다. 그렇다고 수질이 나쁜 것은 아니다. 마실 정도는 아니지만 목욕을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만큼 깨끗하다. 센강이 그렇게 깨끗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잘 정비된 하수시설 때문이다. 무릇 도심의 강과 하천은 인위적으로 유지·관리되지 않으면 공장 폐수나 가정 오수가 흘러들어 오염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파리의 하수시설은 거의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규모가 방대한 데다 만든 시기도 놀랍다.

10여년 전 파리의 하수시설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는데 가히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계단을 타고 하수도로 들어가는데 기차가 지나다닐만큼 규모가 크고 으리으리했다. 당시 나로서는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하수도로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도 놀라웠거니와 이미 630년 전인 1371년 하수도 공사가 시작돼 1832년 재공사를 하고 다시 나폴레옹 3세 때 현재의 공사가 진했됐다는 데 더 놀랐다.

그로부터 30년 후 600㎞가 완공되고 지금은 총길이가 2350㎞나 된다고 한다. 파리 지하가 마치 잘 구축된 요새와 같이 하수도가 거미줄처럼 얽혀 도심에서 배출되는 오폐수를 처리하고 있는 것이다. 하수시설을 둘러보면서 환경에 대한 정책입안자의 안목에 혀를 내둘렀다.

그런 프랑스 당국의 친환경적 마인드와 안목은 이미 죽음의 바다로 변해버린 마산만에 던져준 시사점이 적지 않다. 사실 마산만은 불과 몇십년 전만 해도 각종 패류에다 싱싱한 꼬시락·숭어가 뛰놀고 여름이면 아이들이 멱감던 센강같은 낭만의 바다였다. 그러나 60~70년대 이후 불어닥친 산업화의 물결에 밀려 황폐화되고 말았다. 산업화만 있었지 사람과 환경은 없었던 것이다.

지금 이 시각도 가정과 공장에서 배출되는 오폐수가 도심 하천을 따라 마산만으로 흘러들고 있다. 때문에 간조 때에는 숨이 막힐 정도로 악취가 풍기고 있으며 흐린날 해안변 시민들은 비린 냄새로 고통받고 있다. 물론 그동안 마산만을 살리려는 당국과 시민들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워낙 엄두가 나지 않는 사업이라 이미 10여년 전부터 엄청난 돈을 쏟아붓고도 효과를 보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뒤늦게나마 정부와 자치단체가 대대적인 수질개선사업에 나선다고 하니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수질 2급수로 개선된다면

지난 2000년 특별관리해역 지정 이후 후속조치로 정부와 경남도·주변 자치단체가 오는 2010년까지 육지 오염원 억제(오염총량관리제)·하수도 보급률 제고·바다속 오니준설·해양환경 통합모니터링 같은 수질개선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의 관심은 이번 사업이 계획대로 차질없이 수행되느냐에 있다.

워낙 많은 돈(1조151억원)이 드는 데다 사업기간도 그리 길지 않기 때문이다. 자칫 거창한 계획만 세워놓고 과거처럼 헛돈만 쓰는 일이 되풀이 되지 않을까 걱정되는 것이다. 다만 이번 계획은 정부와 자치단체가 반드시 성사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와 필연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일견 안심이 되는 부분이다. 마산만을 살리는 것은 마산시민의 숙원을 푸는 것이자 마산을 살리는 길이기도 하다.

당국은 그 점을 명심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국의 추진력과 시민들의 동참이 요구된다. 이 사업이 끝나면 현재의 3급수가 2급수로 개선된다 한다. 예전만은 못하겠지만 고기가 살고 멱감을 정도의 수질은 될 것 같다. 사업이 성공리에 마무리 돼 마산만이 파리의 센강과 같은 마산의 명소로, 그래서 외국의 관광객이 두루 찾는 관광자원으로 거듭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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