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의료문학 첫 자리에 넣어야”

전혀 알려지지 않은 지역 작가 ‘포백 김대봉’ 전집이 나왔다.

마산문학관 학예사로 최근 발령받은 한정호씨는 그동안 매달려온 새로운 지역 문인 발굴 작업의 일환으로 ‘포백 김대봉 전집’을 펴냈다.

1908년 태어난 김대봉은 1930년대에 주로 문학 활동을 하다 1943년 타계한 김해 출신의 문인.

의사였던 김대봉은 시·동시·소설은 물론 의료논설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었지만 전문직종에 종사한데다 해방 전 타계했기 때문인지 전문 문인·문학연구자들의 무관심으로 근대 문학사에는 그 흔적이 남아있지 않다.

지역 문인 발굴 작업으로 ‘전집’ 펴내

하지만 동시를 포함한 시작품 147편, 문학비평과 산문 27편, 의료논설 11편 등 한씨가 파악한 작품만 모두 184편에 이른다.

한씨가 본 김대봉은 인간주의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가난한 사람들의 육체와 정신을 치료하기 위해 인술과 문학을 동시에 세상에 베풀어 온 열정적인 의사이자 문학인으로 현실주의에 바탕한 올곧은 시대정신을 작품 속에서 느낄 수 있다.

김대봉은 1927년 조선일보에 <농부의 노래>를 발표하면서 문단에 얼굴을 내밀었으며, 1929년 평양의학강습소에서 의사수업을 받고 1934년 김해로 돌아와 의원을 개업했다.

1930년대 후반 그의 문학적 성향은 개인적인 상실의식에서 비롯되는 비애의 정서가 주류인데, 아내와의 결별, 아들의 죽음, 아버지와 벗의 죽음 등이 상실의식의 한 몫을 차지했다.

김해서 활동…의료논설 등 작품 다양

특징적인 것은 김대봉은 의사수업을 받을 때 완전히 일본인 교수진에게 배워 일본어에 능통할 것인데도 일본어로 된 작품은 한 편도 없다. 뒷날 김용호에 따르면 그는 ‘왜인이라면 진저리를 칠 정도'로 싫어했다고 한다.

‘마디마디 설음이오/가는 족족 설음이라'와 ‘곳곳마다 괴롬이오/가는 족족 괴롬이라'는 시 <애괴통정>의 구절은 나라잃은 겨레의 삶에 대한 세계관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실에 바탕한 올곧은 시대정신 보여

전집은 크게 8부로 나눠 1~3부에는 그의 문학의 중심자리인 시작품, 4부는 문학비평, 5부는 소설·수필·기타산문을 담았다.

6부에는 의사 김대봉이 쓴 의료논설, 7부는 그를 대상으로 쓴 주변 문인들의 글을 덧붙이고, 8부에는 한씨의 논문을 바탕으로 김대봉의 삶과 문학살이를 소개하고 있다.

한씨는 “김대봉은 의사문인으로 근대 의료문학의 첫 자리에 넣어야 할 사람”이라며 “문학과 의술로 인간 사랑을 몸소 실천했지만 근대문학사 속에 숨어 있는 작가를 발굴해 알리는데 전집 발간의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출판사. 551쪽. 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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