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박자 천천히 ‘제대로’ 먹는 삼계탕

복날이라 해서 시내에 유명한 삼계탕집을 찾았더니 사람들이 붐벼 후닥닥 먹고 일어서기 바쁘다. 자고로 마음 편히 먹어야 소화도 잘되는데 몸보신하려다 스트레스 받히는 격이다. 삼복이 다 가기 전 삼계탕 한 그릇 후 마당의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것을 감상할 수 있을 정도의 여유로운 집에서 안 좋았던 경험을 만회해보자.

   
 
 
마산시 합성동 옛 태화극장 길 건너 맞은편 미래팜 합성약국 골목으로 두 블록 올라가면 신세계사우나 옆 가정집에 ‘매일찜식당’이라고 붙은 간판을 발견할 수 있다. 가정집에서 어머니가 해주는 음식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큰 대문을 들어서 집안으로 들어가니 오래된 자개농을 비롯해 가구에서 시골 할머니 살림이 생각난다.

이 집은 원래는 찜이 주 종목인데 여름메뉴로 내놓은 삼계탕이 더 맛있다. 보통 삼계탕집들이 닭을 미리 쪄 놨다가 손님이 오면 국물만 붓는 조립식 요리라면 이 집은 어머니가 직접 해주시는 것과 똑같은 방식이라는 점에서 정겹다. 주문을 하면 그때부터 생닭에 찹쌀·대추·밤·인삼을 차곡차곡 압력솥에 넣어 바로 만든다. 그러다 보니 시간은 30분 정도 걸린다. 시간 여유를 두고 가면 마당에 꾸며놓은 연못 구경도 할 수 있다. 시간에 쫓기듯 허겁지겁 먹고 나오는 것과 달리 몸도 정신도 모두 보양을 하는 셈이다.

‘칙칙 쉑쉑’ 닭이 고아졌음을 알리는 반가운 압력솥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음식이 나온다. 밑반찬으로 나온 배추김치는 오랜만에 김치의 ‘진짜 맛을 느꼈다’ 싶을 정도로 끝내주게 맛있다. 닭고기 살을 찢어 싸먹으니 입안에서 환상의 조화를 이룬다. 열무김치도 맛이 딱 알맞게 배였다. 생양파와 풋고추를 된장에 콕 찍어 먹으니 어찌나 싱싱한지 씹을 때 소리가 귀를 놀래킨다.삼계탕이 별 맛이 있겠느냐 생각했던 것은 오산이었다. 연한 닭고기 살을 쭉 찢어 신 김치를 얹어 먹으니 부드러우면서 쫀득하고 새콤하면서 상큼하다. 어느새 땀이 줄줄 난다. 속이 데워지는 것이다. 보양식의 효과가 드러나는 순간이다.

음식을 혼자 직접 다 만드는 주인 이영귀(53)씨는 경력 15년의 손맛을 자랑한다. 이 집의 음식재료는 100%국산이다. 큰집이 창녕에서 농사를 짓는데 쌀은 물론 고춧가루·깨·참기름·양파 할 것 없이 전부 제공받는다. 큰집에서 못 구하는 것은 바로 옆에 있는 재래시장인 역 시장에서 매일 본다. 그때그때 조금씩 사니까 신선하다. 이씨는 “솜씨는 없어도 재료가 다 좋아 맛있다”고 겸손히 말한다.

가정집이라서 방이 독립돼 있어 계 모임 같은 단체 모임을 하기에 좋다. 예약을 하면 긴 조리시간을 덜 기다릴 수 있으며, 준비에 여유가 생기고 주인이 하나라도 더 챙겨준다. 예약을 꼭 하라고 권한다.

   
 
 
△ 위치 : 마산시 합성1동 87-22

△ 전화 : (055)294-8228

△ 주요메뉴 : 오리고기(1마리 2만 5000원)삼계탕(8000원), 아귀찜·대구찜·낙지찜(1만~2만원), 야채찜닭(1만5000원), 아귀탕(5000원)

△ 영업시간 : 오전 9시~오후 10시

△ 주차 : 주차장 이용권 발급

△ 카드 : 불가능

△ 쉬는날 : 연중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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