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은 보통, 양은 곱빼기 ‘통일면’ 한그릇 드세요

“도내 전체학교의 도서관을 학생들의 사랑방으로 만들고 싶어 교육위원이 됐습니다.” 박종훈(44) 도 교육위원의 포부다.

박 위원은 40대 초반의 젊은 교육위원이다. 그동안 도 교육위원회가 65세 전후의 교장 교감 선생님들을 주축으로 원로원 성격을 띠던 것을 생각하면 무언가 남다를 것이란 예감이 들었다.
 

   
 
 
 

차근차근 논리정연하게 설명하는 박 위원에게선 18년간 교직에 몸담았던 분위기가 자연스레 배어났다. 그가 추천한 음식은 ‘밀면’이다. 날씨도 푹푹 찌는데 시원한 밀면 한 그릇으로 더위를 식히며 그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6·25때 피란민이 만든 ‘남북 퓨전식’

박 위원이 추천한 집은 창원 상남동의 ‘터미널 밀면’. 점심시간이 되자 손님들로 북적인다. 점심약속이 없을 때 혼자 즐겨 오는 곳이란다. “5000원 이상의 밥은 사치다”라는 원칙을 갖고 있다는 그에게 곱배기가 다른 집의 보통 가격인 이 집은 단골이 아니 될 수 없겠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평소 점심은 창원시내 학교급식소에서 교육현장도 돌아보며 먹는데 요즘은 방학을 해서 급식을 못 먹는단다. 급식을 먹는 이유로는 급식사고도 생기고 해서 직접 먹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학교 선생님과 아이들과 같이 밥 먹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음식에 보수적…"5000원 넘는 밥 사치"

그는 밀면이 나오기까지 밀면에 대한 시초를 이야기 해주었다. “6·25때 부산에서 북에서 내려온 피란민들이 냉면을 해먹고 싶었다. 재료·육수는 있는데 메밀과 전분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당시 미국 원조로 풍부했던 밀로 면을 대신했던 것이 밀면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밀면은 “남북의 퓨전음식이니 ‘통일면’으로 이름 붙이고 싶다”는 의견도 덧붙인다. 제법 그럴싸하다는 생각이 들 무렵 밀면이 나왔다.

음식에 가위 대는 것이 내키지 않는다며 박 위원은 바로 후루룩 면빨을 당긴다. 그는 자신 스스로 “유독 음식에는 보수적”이라고 밝힌다. 가정선생님으로 요리솜씨가 굉장한 부인이 새로운 음식을 맛 보이면 ‘식고문’이라 표현할 정도. 음식솜씨 좋은 아내 덕분인지 몰라도 식성이 까다롭고 새로운 음식에 가지는 거부감이 강하단다. 며칠 우리나라를 떠나면 현지 음식에 적응이 안돼 혼이 나기도 한다고.

아침은 밥과 빵과 떡을 돌아가며 먹는데 밥은 자신이 담당하는 설거지거리가 많고 빵과 떡은 상대적으로 설거지양이 줄어 주로 간단히 쑥떡을 먹고 나온다고 말했다. 세심한 아내가 매일 아침 냉장고에 저장해 놓은 쑥떡을 금방한 떡처럼 마술을 부려 밥상에 올리는 것이 그는 신기하다고 웃음지었다.

교육과 음식을 비유해 보라는 요구에 박 위원은 “음식이 아이들 정서에 미치는 영향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석에서 나오는 패스트푸드처럼 즉흥적인 문화는 문제가 많다”며 “오래 숙성할수록 진짜 맛이 나는 전통음식처럼 교육도 일회성 성과 중심이 아닌 장거리 달리기를 하듯 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이슈인 서울대 논술 논란에 대해서는 “평준화의 큰 기조를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 본고사가 부활돼서는 안된다”며 교육부의 입장에 찬성했다. “서울대의 주장은 고교 서열화를 전제로 한다고 보기 때문에 평준화·고교 교육의 큰 틀에서 생각해 볼 때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교원평가제에 대해서도 “교육부가 투자는 안하고 경쟁만 높여 교육의 질을 높이겠다는 입장은 일시적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역효과가 크다”며 “교육에서의 투자는 단순한 자본주의 논리로 접근해선 안 되며 투자와 경쟁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교육, 숙성해야 맛나는 전통음식처럼

교육계 안에서 사회적 통합을 이끌어 내고 싶다고 말하는 그는 활동 3년째를 맞아 그가 주장하는 학교 도서관 사업을 반 정도 진행했다. 306개 학교를 리모델링해 문헌·영상·전자 자료를 한 곳에서 활용하며 수업을 할 수 있게 했다.

그는 “학생들의 도서관사랑방이 잘 유지되기 위해서는 ‘사서’가 있어야 한다”며 하드웨어를 갖추면서 소프트웨어격인 ‘사서’ 배치도 추진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안정적인 교사라는 직업 대신 교육위원으로 활동하며 교육이라는 큰 틀 아래 뚜렷한 목표를 향해 잰걸음을 하는 박종훈 도 교육위원과의 만남은 밀면처럼 소박하고 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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