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에는 주민들을 위한 운동장이 동네 곳곳에 있다. 이곳에서 축구경기는 기본이고 노인들을 위한 게이트볼 경기장도, 청소년들을 위한 농구대도 있다. 미니 축구를 할 수 있도록 작은 골대도 있다. 조명시설도 전용 경기장 부럽지 않다.

최근 들어 밤늦은 시간에도 조기회 축구경기가 한창이고, 배드민턴을 하는 시민들, 걷고 뛰고, 운동장의 활용도가 극대화 되어 있는 한여름 밤 진풍경을 엿볼 수 있다.

공원에 뒹구는 양심들

또한 인접한 공원에는 열대야를 피해 나온 시민들로 가득 차 있다. 가족들, 직장 동료들과 함께하기도 하고 연인끼리, 친구끼리 옹기종기 모여 앉은 모습도 한 폭의 그림이다. 청소년들은 스트레스 해소책인지 괴성을 지른다. 곳곳에서 술자리를 만들어 건배를 하는 모습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서민들의 삶의 한 장면이다.

그런데 이처럼 아름다운 풍경 뒤에는 보기 민망할 정도로 아무데나 쓰레기를 버리는 것은 예사이고, 도처에 있는 금연표지가 무색할 때가 너무 많다. 이들이 떠난 운동장에는 생수 통이 뒹굴고 있고 먹다가 남은 통닭 찌꺼기를 버린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나마 비닐봉지에 담아 놓은 것은 표창 할만한 일이다. 공원 잔디밭은 재떨이로 변해 있다. 군데군데 꽁초와 음식 찌꺼기가 부지기수다.

이달 초 병원 신세를 졌을 때 일이다. 마산에서는 큰 규모의 종합병원이어서 그런지 시설도 그런대로 괜찮았다. 의사와 간호사의 친절도 몸에 배어 있는 것 같아 좋았다.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배려도 곳곳에서 보였다.

병원 옥상에는 정원이 조성되어 있다. 환자와 보호자에게 병실 밖의 세상을 바라보게 해 주었다. 하지만 이곳에는 ‘절대금연’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다. 병원에서 금연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곳 쓰레기통에는 담배꽁초가 가득했다. 환자, 보호자, 방문객들이 이곳에서 흡연을 하고 있지만 병원 관계자는 물론 어느 누구하나 제지하는 사람은 없었다. 병원전체가 금연 건물로 지정되어 있지만 이곳만은 예외로 보였다. 애써 만든 옥상정원이 제 구실을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이처럼 운동장, 공원, 병원 옥상정원은 ‘뭐가 어때서’가 존재하는 공간이 되어 있다. 담배 좀 피우면 어때서, 휴지 좀 버리는 게 문제가 되냐는 식이다. 나 아닌 남을 위한 배려가 없기 때문이다.

시민 의식부터 선진화를

그러나 이런 모습만이 우리들의 자화상은 아니다. 매일 아침 창원 용지호수 주변에는 집게와 비닐봉지를 들고 무슨 보물찾기라도 하듯이 나무 사이를 헤집으며 꽁초와 휴지를 줍는 시민들도 있다.

또 소나기가 내리자 잘 차려입은 중년신사가 공원주위의 쓰레기통 뚜껑을 하나하나 닫는 모습도 볼 수가 있다.

이 같은 시민들도 있지만 ‘절대금연’ ‘쓰레기 버리지 말 것’을 지키자고 만든 규범을 애써 어물쩍 피해 가려는 오랜 관행에 젖은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아 아쉽다. 우리들의 ‘뭐가 어때서’ 하는 행동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문화적 선진화에 대한 성찰 자체가 없었기에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우리는 지금껏 선진국의 지표를 산업화와 민주화의 발전 정도를 갖고 따지는 물량적 또는 외형적 측면만 강조해 왔다. 또 우리 스스로는 선진국에 살고 있는 것처럼 착각하고 잘못된 일들을 고치지 않고 치부하려는 경향도 있다.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2만 달러의 문턱에서 10년 동안 헤매고 있다. 물질적인 부분만 강조한 기형적인 사고방식으로 인해 선진국 진입을 못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선진국의 기준이 사회적 성숙과 문화적 품격이라는 사실을 생각조차 못하거나 일부러 모른 척 하고 있는 것이 원인이 아닐까.

지금 이 시대는 체면과 염치, 상식과 교양이 나날이 귀해져 가고 있다. 몰염치 몰상식한 사회는 아무리 물질적인 풍요가 이뤄지더라도 행복을 이뤄낼 수 없다. 우리 모두 선진국민의 자격도 없으면서 기회만 찾고 있는 사람이 되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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