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함안군 가야읍 말산리 본동 웃골목/동네가 떠나갈 듯 들쑤시는 고함소리/욕쟁이 곰보할매 고성댁을 아시나요//(중략)//감나무 그늘 춤을 추던 대청마루 오후/하품도 서러워 눈물 흘리던 복더위/영감 할멈 싸우다가 죽은 아들 외아들아/원통하다 절통하다 땅을 치며 통곡한다/아이고오, 내 신세야! 아이고오, 내 신세야!/들볕날볕 동네인심 험상궂은 세상인심/동네간섭 혼자 하던 고성댁을 아시나요.(‘고성댁’ 중에서)’

함안문협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명호씨가 세 번째 시집 <잃어버린 세월>을 내놨다.

이씨는 이번 시집에 지천명을 넘어서 밀려드는 ‘떠나간 것에 대한 그리움’을 담고 있다.

풍요롭고 모든 것을 마음대로 살 수 있게 됐지만 오래전 이웃간의 얽히고설킨 정이 없어지고 마을에 어른이 없어지는 등 몰락해가고 사라져가는 유년의 세계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이다.

고성댁은 경우를 벗어나면 누구를 막론하고 욕지꺼리로 한판붙는 의협심 강한 전형적인 ‘농촌 할매’로 지금은 사라진 이씨의 어머니 세대를 대변한다.

작가의 ‘옛 것’에 대한 관심은 문화유적으로 향한다. 영남고고학회 회원이기도 한 이씨는 지난 2002년 두 번째 시집으로 함안문화유적 시집 <말이산>을 펴낸데 이어 이번 시집 4부 ‘능산리 고분군에서’에 ‘죽장동 5층 석탑’ ‘팔공산 갓바위’ ‘선봉사 대각국사비’ ‘남평 문씨 세거지’ ‘부소산성’ 등 다른 지역의 문화유산을 직접 둘러보고 쓴 시 20편을 실었다.

월간문학 출판부. 135쪽.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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