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행정자치부는 20년 만에 개인의 토지소유현황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바로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100명 중 5명이 우리나라 개인 땅의 82.7%를 차지하고 있고 그 가치는 지난해 말 공시지가로 777조원이라고 한다. 공시지가라는 게 또 거래가격의 절반수준임을 감안하면 그들이 가진 부의 수치는 가히 천문학적이다.

반대로 2002년 말 행자부가 발표한 세대별 주택소유현황을 보면 전체 세대주의 50.3%인 841만 가구가 집이 없다고 한다. 5% 국민은 80%가 넘는 땅을 가지고 있고 절반이 넘는 국민은 집이 없다. 누가 봐도 이런 부의 편중현상을 두고 ‘옳다’고 얘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부 편중현상 심화

민주노동당은 이 발표가 있은 후 “땅부자의 명단을 공개하고 토지 소유 과정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조선일보>는 이러한 정부발표가 ‘부자를 죄인시하고 경제 활력을 저하시킨다’면서 올 8월 ‘초강력 부동산 대책 발표에 앞선 포석’으로 보고 있다. “결국에는 부자들에 대한 반감을 극도로 조장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는 지적까지 끌어들여 정부의 발표에 딴죽을 걸고 있다. <조선일보>가 아무리 극소수의 부자들을 위해 변론을 펼쳐놓아도 이번 발표로 인해 상위 5% 땅부자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부러움’ 보다는 ‘상대적 박탈감’ 때문에 곱지는 않다.

이런 부의 편중현상에 대해 보수당인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마저 “인구의 5%가 전체 주택의 60%를 소유하고 있다”면서 ‘1인 1주택’을 법제화 하겠다고 나선 것은 눈여겨볼 장면이다. ‘1인1주택’의 실효성이야 둘째치더라도 홍 의원의 주장 속에는 ‘토지공개념’이 들어있다는 점에서 반길 일이며 스스로 ‘좌파정책’으로 포장하고 있는 것만큼 국민의 뜻에 맞는 정책은 ‘좌파정책’임을 방증한 대목이기도 하다.

적어도 토지나 주택에서만큼은 좌파정책이 필요하다. 노력해서 땅을 만들고 주택을 지어 파는 것 말고 더 이상의 거래는 대부분 불로소득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땅과 집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부동산 보유세를 많이 내게 하거나 위헌결정을 받은 내용이지만 법을 고쳐서라도 부동산 소유제한관련법을 제정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지금과 같이 ‘돈놓고 돈먹기’로 하루가 다르게 땅값 집값이 폭등하는 현상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돈 있으면 땅을 사라?

이렇게 급상승하고 있는 부동산 가격 때문에 집 없는 서민들은 제집마련의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 3년이면 3년, 5년이면 5년 집장만 계획을 세우고 먹을 것 입을 것 자제해가며 알뜰하게 살아봐야 적금 만기가 되면 어느새 집값은 적금으론 감당할 수 없는 지경으로 솟아있다.

더구나 지난 89년 토지공개념위원회에서 발표한 자료에는 상위 5%가 소유하는 사유지 비중이 65.2%라고 했는데 16년 만에 이들의 토지 소유가 17.5%포인트나 오른 것을 보면 부의 편중현상이 가면 갈수록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통계라 볼 수 있다.

“땅 있는 사람은 놀고먹어도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우리나라의 부동산은 그 소유자에게 높은 수익을 가져다준다. 땅을 사서 일정 기간 팔지 않고 버티기만 해도 막대한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돈 있으면 땅을 사라”는 말이 당연한 이치처럼 여겨지고 있는 세태다. 일례로 지난달 창원 시티7 분양 때 보여준 분양경쟁률은 부동산으로 한몫 챙기겠다는 현대인의 심리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강남불패’라는 말처럼 한 번 오른 부동산 가격은 떨어지는 법이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보니 돈만 있으면 경제활성화를 위해 투자하기 보다는 부동산 사들이는데 치중하고 있다. 이러니 나라경제인들 어찌 제대로 돌아가겠는가.

얼마 전 마산에 사는 57살의 퇴직공무원이 함안에 사 놓았던 땅 때문에 자살했다는 보도를 봤다. 월남전에 참전했다 받은 돈으로 싸게 땅을 샀었는데 군부대 이전 계획에 평당 14만원까지 올라 되판 그 땅이 최근 더 많이 오르자 우울증에 시달리다 목숨을 끊었다는 얘기다. 안타까운 일이다. 사회 전체가 배금주의에 물들고 부동산의 매력(?)은 그것을 자꾸 부추기고 있으니 정말 보유세 강화 등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여러모로 불행한 결과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예감이다. 땅부자들, 이제 땅욕심 버릴 때도 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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