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은 배부르고 제작사는 굶주리고

한국영화는 위기인가.

최근 몇 년동안 한국영화 점유율이 다소 떨어지면 떠돌던 이 위기설은 다시 한국영화가 점유율 50%를 가뿐히 넘으면 잠재워지기를 반복했다.

   
최근에는 강우석 감독이 최민식, 송강호 등 톱스타를 실명거론하며 과잉 몸값 요구를 강력 비난하고 지난달 28일 한국영화제작가협회(이하 제협·회장 김형준)가 기자회견을 통해 스타 권력화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대형 매니지먼트사의 공동제작과 지분참여요구 행태를 비판하면서 또 한차례 위기설이 제기되었다.

기형적 발전…영화산업 구조적 위기

영화시장 성장세에 비해 틈만 나면 위기설이 나오는 한국영화. 한국영화의 위기는 그저 기우에 머무를까.

△ 한국영화 상반기 점유율, 여전히 절반 넘어 = 지난해 말 국내 시장 점유율 16.5%까지 밀리며 한차례 거론되었던 위기설은 올 6월 여름 성수기를 향해 완만한 상승곡선을 그리던 예년과 다른 모습을 연출하면서 다시 한번 거론되었다.

6월 한 달 동안 서울지역 관객수가 322만명으로, 지난 200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영화시장침체가 3분기째 계속되고 있고, 6월 한국영화 점유율도 43.6%로, 지난 1월 이후 가장 낮은 기록을 보인 것이다.

하지만 올 상반기 전체를 본다면 한국 영화 위기설은 기우라고 할 만하다. CJ-CGV가 지난 5일 내놓은 ‘상반기 영화산업 분석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국 극장 관객 수는 6284만명으로 지난해보다 9.0% 감소했다. 지난 1996년 이후 해마다 평균 31%에 이르는 가파른 관객 증가세를 보였던 점을 감안하면 10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지난해 1000만 관객 시대를 연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와 같은 초대형 흥행작이 있었던 점을 생각하면 지난 2003년과 비교해 오히려 15.3% 증가된 수치다. 또한 상반기 한국영화 점유율도 서울 50.1%, 전국 55.8%인 것으로 잠정 집계돼 외국영화에 대한 우위를 고수했다.

상반기 흥행작 상위 5개 작품도 모두 한국영화가 차지해 관객 수만 보면 위기는 말하기 어려워 보인다. 문제는 오히려 한국영화산업이 기형적으로 발전하고 있고, 그 후폭풍이 걱정스럽다는 것.

상영 수입 50%극장엡제작·투자 수익성 갈수록 감소

△ 영화를 찍을수록 다음 작품 투자비가 없어 = 김영진 영화평론가는 한 신문사 기고글을 통해 “배우 송강호와 최민식이 사과를 요구하고 강 감독이 사과를 한 구경거리의 재미를 빼면 이 사건은 훨씬 복잡한 배경을 품고 있다”며 “불합리한 시스템의 문제가 자칫 영화계 내부 개인들 간의 문제로 변질될 뻔한 위험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김영진 평론가 뿐만 아니라 많은 영화인들이 지적하는 문제의 핵심은 왜곡된 수익 배분율.

영화제작사·투자사는 갈수록 수익성이 악화되는 반면 CJ-CGV, 롯데, 동양 등과 같은 대기업자본이 전국을 과점하고 있는 극장측의 수익성은 높아지고 있다.

현재 한국 영화는 상영을 하고 나면 극장(배급)측에 수익의 50%를 떼어준다. 백화점과 달리 광고홍보조차 제작사가 맡는다. 미국의 경우 제작사와 극장과의 수익 배분율이 8대 2인 점을 감안하면 지나치다 싶을 정도이다. 여기에 최근 몇몇 대형 매니지먼트사가 톱스타를 내세워 이 나머지 50%에서 일정지분을 요구해 제작사들이 발끈한 것이다.

이는 지난달 28일 발표한 영화진흥위원회의 한국영화산업 수익성 분석과 투자활성화 방안연구’에 잘 나타난다.

이 자료에 따르면 제작·투자 부문의 평균 경상이익은 2002년과 2003년 잇따라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제작·투자 부문의 수익성 감소는 편당 평균 비용이 2001년 30억원에서 2002년 35억원, 2003년 44억원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비해 매출액은 감소하거나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경상이익률은 2001년 29.3%를 기록했으나 2002년과 2003년에는 각각 9.7%와 -8.8%로 곤두박질쳤고 갈수록 이익률은 더 떨어지고 있다.

반면 극장의 수익성은 점차 좋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가 수집된 극장들의 매출액 경상이익률은 2001년 14.9%에서 2002년 18.1%, 2003년 18%로 점차 높아지고 있으며 특히 멀티플렉스 체인의 수익률은 이보다 더 높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스타의존도 심화·흥행위주 소재에 치우쳐 몰락 우려도

제작사의 채산성이 악화될수록 스타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소재조차 당장의 수익성에 급급해 흥행위주로 선택돼 결국 한국영화의 소재 고갈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현재는 한국영화산업의 구조적 위기라는 것이다.

더욱이 CJ-CVG나 롯데, 동양과 같은 거대자본들이 배급과 극장, 심지어 투자까지 동시에 독(과)점하고 있다.

이들은 자기 회사의 극장 체인에 걸 상품성 있는 영화의 기준을 지명도가 있는 스타의 출연 여부에 우선 중점을 두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또한 소재의 다양화를 통한 문화적 창의성이 중요한 영화가 수익성이란 측면에만 치우쳐 자칫 제2의 홍콩영화처럼 몰락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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