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찬 소극장 연극, 안왔으면 후회할뻔”

제1회 통영소극장축제는 모처럼 지역 소극장과 이를 끼고 있는 지역극단이 왜 존재하는 지를 진지하게 되묻는 기회의 장이었다.

지난 7일 오후 7시 20분, 등받이 방석이 있는 객석 55석이 꽉 찬 뒤에도 관객들이 소극장으로 계속 몰려들었다. 결국 무대 앞까지 방석을 깔아 100여 명의 관객들이 소극장을 빼곡이 채웠다.

축제 기간 1500여 명 관객 몰려 가능성 확인

통영소극장축제는 <짬뽕>(5월 28·29일) 공연을 시작으로, 서울극단 화살표의 <사랑, 소리나다>(6월 4·5일), 창원극단 미소의 <반녀의 봄>, 통영극단 벅수골 자체공연인 <리타 길들이기>(6월30일~7월7일)까지 전체 4편 총 20회 공연이 극단 벅수골 전용소극장에서 올려졌다. 축제기간 중 찾아든 관객은 1500여 명으로 공연 당 75명이 넘는 관객이 찾아들었다.

▲ 통영극단 벅수골의 <리타 길들이기>.
의자가 있는 객석수가 55석인데다, 연극축제공연의 절반을 넘게 차지한 <리타 길들이기> 공연이 장마기간에 올려진 점을 감안하면 기대 이상으로 관객들이 많았다. 각종 공연예술축제가 국제라는 명칭을 달아 대형화되면 될수록 공연예술의 불균형이 심화되는 상식을 뒤엎었다고나 할까.

극단 벅수골 장창석 대표는 “연극작품 제작비가 많이 드는 대형연극이 늘어나면서 배우와 관객이 직접 호흡할 수 있는 소극장용 연극이 설자리를 잃어가고, 국제라는 명칭을 달아 규모만 커지는 연극제들이 많아지면서 오히려 소규모 연극행사는 죽어 가는 것이 현실”이라며 “그러나 이번 소극장축제는 최소한 관객동원만 본다면 통영관객들은 여전히 우리가 지향하는 작지만 알찬 소극장 연극을 외면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시켜줬다”며 이번 축제성과를 압축했다.

축제 기획을 본 극단의 제상아 연출가는 “<리타 길들이기>를 본 통영의 한 여고 교사들이 작품을 놓고 토론을 하는 등 연극 붐을 일으켰다. 또 ‘안 왔으면 후회할 뻔했다’라는 관객들의 말을 듣는 순간 이 축제와 소극장이 있어야 할 이유와 가능성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며 밝은 표정을 머금었다.

‘특정한 주제있는 연극 축제’ 는 숙제로 남아

지난 1989년 제1회 시월연극제를 끝으로 17년 만에 통영에서 소극장축제 명맥을 이은 이번 축제는 통영시 지원금 1100만원의 기획초청비용과 <리타 길들이기> 공연제작비(2005년 경남도문예진흥기금 지원금) 600만원이 합쳐져 만들어졌다. 극단 초청, 기획비용으로는 비교적 적은 예산이다.

물론 올해 축제처럼 일정한 주제가 없이 소극장용 작품만 이어 붙인다면 축제의 의미도 다소 약해지고 도내에서 명멸해온 각종 소극장축제들처럼 그 생명력도 짧을 수 있다.

이에 대해 극단은 다음 해부터 특정기간과 특정요일로 작품을 모으고, 그 해마다 특정 주제를 잡고 주제에 맞는 작품을 섭외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장 대표는 앞으로 축제방향에 대해 “장기적으로는 유치진·유치환·김춘수·윤이상 등 통영출신 예술인들의 작품들을 신체극으로 표현하는 프로그램을 고려하고 있다”며 “내년부터는 우선 잡화점 같은 연극축제가 아닌, 규모는 작지만 주제가 있는 연극축제를 만들기 위해 고민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극장, 그리고 소극장 연극, 소극장축제는 규모의 예술을 지향하는 작품과 축제의 홍수에 비한다면 어쩜 문화적 게릴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게릴라 시스템이 지역공연예술의 생존, 지역예술인과 지역민 사이의 소통을 위해 절실해 보이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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