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탕 등 고단백 보양음식 다양…열 많으면 성질 찬 오리고기로

여름이 되고 초복 중복 말복의 삼복을 거치며 우리네들은 으레 최소 한 마리 이상의 닭을 꿀꺽한다. 사람들은 복날이라 하면 주술에 걸린 듯 몸을 보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고 그 압박에 의무감을 섞어 삼계탕 집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날도 더워 죽겠는데 잘 식지도 않는 뚝배기에 뜨겁디 뜨거운 삼계탕이 웬말인가? 정확한 이유를 꼬집어 말하진 못해도 통과의례 같이 닭 집을 찾는 이 본능은 어디에 기인한 것일까?

여름이 되면 ‘○○의 수난 시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동물들이 사람들의 몸을 보하는데 그들의 몸을 바치게 된다. 이 중 가장 보편적인 것이 닭이다. 값싸게 몸을 보할 수 있기 때문.

여름이 되면 식물들도 겉으로 쑥쑥 자라듯 사람들도 기운이 밖으로 뻗는다. 더위에 땀도 많이 흘리게 되고 헉헉거리다 보면 속이 허해지게 마련.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예부터 백중날(음력 칠월 보름) 양기보충, 원기회복을 위해 마을의 정자나무 밑에 큰 솥을 걸어 놓고 둘러 앉아 개를 잡아 나눠 먹기도 했다.

개든 닭이든 간에 몸보신에 쓰이는 재료들의 특징은 보통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고단백이다. 떨어진 양기를 보충하고 허한 속을 데워 더위를 이기는 전략이다. 더위를 피하기보다 맞붙어 싸우는 형상인 셈이다.

여름철 보양식으로 매년 먹는 메뉴에서 벗어나고 싶으면 올 여름엔 저변이 넓은 한국음식을 제대로 느껴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될 수도 있다. 보양식도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는 말씀.

소화기관이 약한 사람에게 좋은 개소주, 비타민이 풍부하며 폐에 좋은 장어, 영양소가 균형 있게 골고루 들어 있는 버섯전골, 고혈압과 동맥경화에 좋은 오골계탕, 천혜의 보양식으로 불리며 간·폐·비장에 좋은 자라요리, 소화흡수가 빠르며 식욕을 북돋워 주는 민어요리, 대표적인 쇠뼈 국물음식인 곰탕을 들 수 있겠다.

몸에 열이 많은 양인(陽人)들은 더운 음식을 먹으면 오히려 더위를 더 참기 힘들어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보양식이 아닌 음기를 보충해주는 보음식을 먹어야 한다. 성질이 서늘한 오리고기는 몸에 열이 많으면서 허약한 사람에게 보약이다. 복요리나 감자탕, 메밀국수도 좋다.

‘특별한 날 챙겨 먹기’ 의미 퇴색, 그래도 복날 되면 메뉴 고민에

“보양식은 무엇보다 병에 대한 저항력을 키우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자라요리전문점 ‘황포돛대’ 조용구 대표는 “자라요리는 간의 피로를 푸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어 99%가 남자 손님”이라고 말했다. 또 “요즘은 비만으로 병이 유발되는 경우도 많아서 육류와 다른 고단백 저칼로리 식품이 보양식에서도 선호된다”고 덧붙였다.

몇 년 전 수술 후 허해진 몸을 챙기기 위해 웬만한 보양식은 다 먹어 봤다는 이점복(54·창원시 남양동)씨는 “복날이 되면 가족과 꼭 삼계탕을 해 먹는다”고 말했다. “건강이 재산”이라고 말하는 그는 “뭐니뭐니해도 평소에 끼니 거르지 않고 규칙적으로 먹는 밥이 최선의 보양식”이란다.

창원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이경혜 교수는 “여름철 땀을 많이 흘리면 식욕이 떨어지며 물기 많은 것을 찾아 먹다보면 몸이 허해지는데 그것을 이기려 소화성이 좋은 단백질을 먹던 전통이 습관으로 굳어져 과거와 달리 일방적 더위에 노출되지 않아도 사람들이 보양식을 찾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교수는 또 “덥다고 수박·냉면과 같이 시원한 음식을 즐겨 먹다보면 단백질이 부족해진다는 점에서 영양학적으로 보양식을 먹는 것이 일리는 있지만, 요즘 생활에서 굳이 필요할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복날엔 꼭 보양식'의 의미가 퇴색돼감을 내비쳤다.

어쨌든 며칠 앞으로 다가온 초복(오는 15일), 올해도 어김없이 삼계탕을 택할 것인지 다른 것을 시도해 볼 것인지 살짝 고민이 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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