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뒷얘기]경찰출입 2주만에 '자살전문기자'?

지난 달 말부터 경찰서를 출입하기 시작한 지 근 2주 동안 6건의 자살기사를 썼다. 거의 이틀에 한 번 꼴로 자살을 기사화 한 셈이다. 심지어 자살 분석 기사를 쓰기 위해 연락한 경남자살예방협회의 한 관계자로부터는 ‘기사 스크랩 잘 하고 있다’는 인사말도 들었다.

유명인의 자살을 모방하는 ‘베르테르 효과’까지는 아니더라도 혹시 내 기사가 자살을 부추기고 있지는 않나 하는 불안한 생각에 기사쓰기가 꺼려진 적도 많았다.

하지만 기사를 쓰다 보니 공통으로 나타나는 특징이 있었다. 그것은 자살자들이 사회적 약자라는 것이다. 그들은 의지할 데 없는 장애인이었고, 몸이 아파 괴로워하던 노인들이었다. 또 경제적으로 힘들어하던 하청업체 노동자였고, 사회 적응을 하지 못했던 노숙자였다.

전문가들은 자살자들이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방치되고 있는 이들에게 우울증을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정부는 전화 상담에만 의존하지 말고 사회적 약자들의 자살 행렬을 막을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자살을 거꾸로 읽으면 ‘살자’가 되는 것과 같이 사회적 약자들의 자살은 자신들을 삶의 벼랑 끝으로 내몬 이 사회에 외치는 살려달라는 절규다. 나는 그 절규를 계속해서 듣고 있을 자신이 없다. 자살전문기자. 이제는 그만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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