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루홈런 두방으로 이선희 ‘통한의 눈물’

예전 98년, 귀네스 팰트로 주연의 <슬라이딩 도어즈>라는 영화가 있었다. 지하철을 타느냐 마느냐에 따라 한 사람의 인생이 뒤바뀐다는 내용이다. 그 영화를 보면서 느낄수 있는건 인생이란 ‘찰나’ 에 따라 모든게 바뀌어 버릴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본인이 의도했든 안했든 간엡.

▲ 이선희
이러한 ‘찰나’ 인생이 더 절실하게 느껴지는 세계가 바로 스포츠, 그중에서 야구의 세계일 것이다. 공하나 잘못던져 현역시절 내내 악몽이 따라 다니는 선수, 또한 불의의 사고로 영원히 그라운드에 설수 없게된 선수…. 우리는 흔히 이런 선수들을 가리켜 ‘비운의 스타’라고 일컫는다. 그라운드의 악령이 만들어낸 비운의 스타들, 어두운 마음으로 그들을 쫓아가 보자.

불의의 교통사고로 김건우, 마운드 ‘안녕’

◇ 아마 최고 명성, 프로에서는 눈물을… = 최근 ‘일본 킬러’라 하면 흔히들 구대성(뉴욕 양키스)을 손꼽는다. 하지만 70년대 말~80년대 초 아마야구 ‘원조 일본 킬러'는 좌완투수 이선희(삼성)였다.

하지만 이선희에게 어둠의 그림자는 프로야구 출범과 동시에 드리우기 시작한다.

▲ 임수혁
원년도 프로야구 개막전, 삼성과 MBC의 경기에서 연장 10회말 이종도에게 끝내기 만루홈런을 맞고 뜨거운 ‘남자의 눈물’을 흘리게 된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었다. 그해 열린 삼성과 OB의 한국시리즈 6차전 9회초, OB 김유동에게 만루홈런을 얻어 맞으며 또한번 통한의 눈물을 흘리고 만 것이다.

당시 이 장면은 전국에 생생히 중게돼 보는이로 하여금 마음을 아리게 만들었다. 이후 이듬해 83년 5승(13패), 84년 2승(4패) 등 그렇게 우리의 기억에서 잊혀져 가며 87년 은퇴를 하고 만다.

결국 그 만루홈런 두방에 ‘원조 일본킬러’에서 ‘원조 비운의 스타’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아마최고의 명성을 날리던 선수로 따지자면 선린상고·고려대를 거친 박노준(현 SBS 해설위원)을 따라갈 자가 없다. 선린상고 시절 투·타 양면에서 천재적 솜씨를 발휘, 당시 오빠부대를 몰고 다닌 주인공이다.

▲ 김건우
고려대 진학 이후 국가대표 생활을 거치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맹활약, 86년 OB베어스에 입단할 당시 선동렬 보다 한수 위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모순되게도 그의 천재적 야구기질이 프로에서는 오히려 방해가 되었으니….

투·타 양면에서 뛰어나 어느쪽에 전념 해야할 지 몰랐던 것이다. 결국 그는 OB에서 투수로, 이후 해태·쌍방울에서 타자로 전전하다 결국 97년을 끝으로 그라운드를 떠나고 만다.

이밖에 고교시절 메이저리거급 선수로 평가 받던 강혁도 한양대와 OB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 이른바 스카우트 파동으로 인해 선수생명에 치명타를 입으며 그저그런 선수로 전락하고 만 예도 있다.

▲ 박노준
◇ ‘아…’불의의 사고…
= 예기치 못한 사고는 스포츠 스타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선린상고 동기 박노준과 함께 아마야구를 평정한 후 86년 프로입단(당시 MBC 청룡) 첫해부터 18승을 거두며 신인왕 타이틀을 거머쥔 김건우.

이듬해 역시 12승을 올리며 한창 시즌을 마무리 지을 9월 무렵. 무면허에, 음주운전에, 뺑소니 사고범에 의해 그는 교통사고를 당하고 만다. 이 사고로 투수 생명은 물론, 야구 자체를 할 수 없을 정도의 중상을 입게 된다. 이후 그는 피나는 재활 끝에 타자로 전향, 한때 4번 타자로 활약하기도 했지만 마운드에서 보여준 위력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는 현재 케이블TV ‘슈퍼액션’ 해설자로 활약중이다.

80년대 MBC 청룡에는 또 한명의 비운의 스타가 있었다.

82년 제27회 세계아마야구선수권대회 우승의 주역 좌익수 김정수. 그는 쇼맨십이 매우 뛰어나 경기장을 찾은 팬들을 항상 즐겁게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밝았던 모습이 팬들의 마음을 더 아프게 만든다. 87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고인이 되고만 것이다.

이밖에 롯데의 든든한 안방마님 역할을 했던 임수혁. 그는 지난 2000년 4월 18일 LG와의 경기에서 2루 주자로 있다가 갑자기 쓰러져 호흡곤란을 일으킨 후 의식을 잃었다. 그리고 5년여가 지난 현재까지 의식불명인 상태로 지내고 있다.

스포츠세계의 명과 암. 그것이 우리네 삶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어두운 면을 들춰내노라면 씁쓸한 마음이 생기는건 어쩔수 없나 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