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소리에 막걸리 한사발, 캬~ 이기 사람 사는 맛이제”

지루한 장마가 계속되고 있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엔 막걸리 한 사발에 부침개 한 접시가 너나 할 것 없이 떠오른다. 마산시내에 있는 오래되고 허름하지만 부담 없이 목 축일 수 있는 소위 ‘할매집’들을 찾아보았다. 값이 싸고 양이 많아 막걸리와 부침개를 만원어치 이상 먹으면 못 걸어서 나온다는 ‘할매집’들의 풍경 속으로 빠져들어가 본다.

   
 
 
36년 추억 담긴 곳
◇ 오동동 명태전의 명가 70년대 ‘감나무집’


▲ 곽판남 할머니

36년째 오동동 골목을 지키고 있는 감나무집은 오랜세월만큼 거쳐 간 이도 기억하는 이도 많은 곳이다. 오래되고 낡은 작은 내부 공간에 탁자가 4개 놓여 있다. 의자도 제각각 탁자도 제각각이지만 그것이 또 이 집의 매력이다.

선풍기 바람 잘 드는 곳에 자리 잡고 앉으니 문 밖에 비가 추질추질 내린다. 주절주절 곽판남(66) 할머니의 말씀이 귓전에 맴돌 때 들이켜는 막걸리 한 사발은 다른 무엇에 비할 바 없다. 저녁나절 동무와 거나하게 막걸리에 부침개를 배불리 먹어도 만원이 채 안되니 가벼운 주머니도 좋아라 하는 집이다.

들어오는 손님들은 다 할머니 자식같이 인사를 하고 할머니도 자식 맞듯 반긴다. 한 중년 남성은 “아직도 있네”라며 웃으면서 들어선다. “고등학교 때 왔었는데…”라며 지금은 선생님이 됐다고 할머니께 보고를 한다.

▲ 감나무 집
지금은 법도 엄격하고, 할머니가 벌금을 크게 문 이후로 고등학생들에겐 막걸리를 주지 않지만 옛날엔 시내에 놀러 나왔던 고등학생들이 감나무 할매집을 많이 찾곤 했단다. “씨름했던 이만기가 학생 때 와서 나무 의자에 앉았는데, 의자가 부러졌다”, “강삼재는 친구들하고 같이 왔었는데 그때 선생들이 아~들 잡으러 와서 도망가고 그랬다”는 할머니의 생생한 옛이야기에 “진짜 그런일이 있었냐”며 모두들 웃는다.

둘러보면 구석구석 옛날 흔적이다. 병따개도 30살이 넘었고, 쉴 새 없이 전을 부쳐내는 프라이팬도 겉모습에서 오랜 티가 팍팍 난다.

이 골목에는 감나무집 외에도 막걸리 집이 두 군데 더 있다. 바로 앞 모퉁이와 그 바로 옆에 줄지어 있다. 그래서 비오는 날이면 이 거리가 막걸리 냄새와 부침개 냄새로 메워질 정도. 시끌시끌 사람 사는 냄새도 진동을 한다.

△ 주요메뉴 : 명태전·막걸리·소주·맥주(각 3000원), 파전(2000원)

△ 전화 : (055)248-4247, 010-8010-4247(곽판남 할머니)

△ 영업시간 : 오후 5시~밤 12시


맛깔스런 안줏거리 가득
◇ 자유무역지역 후문 할매집 골목

▲ 김춘자 할머니

자유무역지역(옛 수출자유지역) 후문에서 길만 건너면 금방 찾을 수 있는 ‘할매집’이 있다. 두 집이 나란히 막걸리를 파는데 마주보고 있다. 오른쪽이 원조다.

간판도 없고 겉으로 보기엔 분식집 같지만 페트병에 시원한 막걸리가 꽉 담겨 나오면 갑자기 없던 갈증이 도져 침이 꼴깍 넘어간다. 이 집도 막걸리엔 명태전이 주로 나오지만 그밖에 오뎅, 튀김, 순대, 라면, 국수, 떡볶이를 비롯한 안줏거리가 많아 생선을 싫어하는 사람과도, 또 여럿이 둘러앉아 나눠 먹기 좋다는 장점이 있다.

길쭉한 내부에 탁자가 3개 줄지어 있다. 예전에는 자유무역지역의 노동자들과 근처 창신대학 사람들이 줄곧 드나들곤 했는데 경기 탓인지 손님이 많이 줄었다.

장사한 지 8년 됐다는 순한 인상의 원조 할매집 김춘자(62) 할머니는 “많이 쇠퇴했지”라며 아쉬워하신다. 다른 ‘할매집’ 할머니들처럼 말씀이 많으시지도 않고 내부도 상대적으로 깨끗하고 조용하다.

▲ 수출 할매집
이 집의 좋은 점은 다른데보다 상황 따라 조금 늦게까지도 한다는 점. 할매집 주변에서 화장실을 찾기 힘들기 때문에 화장실에 들렀다가기를 당부한다.

△ 주요메뉴 : 튀김·오뎅(각300원) 파전(1500원), 김밥·우동·라면·떡볶이(각 2000원), 국수·소주(각 2500원), 동동주(3000원), 명태전(4000~5000원)

△ 영업시간 : 오후 3시~밤 12시


막걸리 닮은 걸걸한 주인 아주머니
◇회산다리 막걸리집

회산다리에서 하천 따라 올라가다 보면 조그만 다리가 나온다. 복잡한 시장길이니 구석을 잘 살펴야 한다. 그 다리를 건너면 바로 명태를 한창 구워내는 집이 있다.

다른 ‘할매집’들과 달리 ‘원조 명태전’이라는 간판도 붙여져 있는 이 곳은 할머니가 없기 때문에 엄연히 말해 ‘할매집’은 아니다. 아주머니 세 명이 전을 구워낼 만큼 바쁘다. 여남은 탁자가 다 찰 정도로 손님도 많다.

이 자리에서 15년 동안 장사를 했다는 주인아줌마는 성격이 괴팍하기로 유명하다. 말을 좀 걸라치면 소리부터 질러 사람들의 기를 눌러 놓는다. 취재를 위해 이름과 나이만이라도 가르쳐 달라고 통사정을 해도 성질부터 내 더 이상 입이 안 떨어지게 한다. 욕쟁이 할머니까진 아니더라도 역설의 웃음을 즐기고 싶다면 한번 들러볼 수도 있겠다. 이 집의 명태전은 다른 곳보다 훨씬 비싸다. 그래도 크고 두꺼워 가격대비 싸다. 그래서 싸가는 손님도 제법 된다. 이 집은 다른 곳보다 문을 빨리 닫는다. 어중간한 시간에 갔다 낭패를 보지 않도록 주의할 것.

▲ 목화
이 집 바로 앞 좁은 골목길은 철학관이 유난히 많다. 그길 따라 조금 걸으면 또 다른 막걸리집이 하나 더 있다. 비가 오는 날이면 이 두 집에서 기름 냄새 풍기느라 정신이 없다.

△ 주요메뉴 : 명태·부추·파전·매실주(각 5000원), 막걸리(2000원)

△ 영업시간 : 오후 10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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