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가까이 도내 연극인들이 함께 땀 흘린 결실이 오는 8일 관객들에게 그 첫 선을 보인다.

3일 오후 2시30분 사천 예술촌. 15명의 출연진과 스태프가 전체 동작과 대사를 맞추는 최종 연습이 한창이었다.

   
올해로 5회를 맞는 경남예술극단 합동공연인 <하멸태자>에서 주인공인 하멸을 연기하는 김성균.

가야대 연극영화과 출신이자 사천극단 장자번덕 소속인 그는 지난해 합동공연인 <오이디푸스>에서 오이디푸스를 맡은 데 이어 2년 연속 주인공을 맡았다.

첫 장면이 시작되자 김성균이 상복을 입고 선왕의 49재에 맞춰 곡을 한다. 자신의 삼촌인 미휼왕(고능석 분)과 결혼한 어머니 가희 왕비(김소정 분) 두 사람은 하멸을 위로하면서도 다정한 모습을 드러내며 무대 위 긴장감을 더한다. 극 전반은 기존에 다층적이던 갈등양상을 하멸과 미휼왕, 가희 왕비로 단순화시켰다.

안민수 극작가가 번안한 <하멸태자>는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한국전통연극 양식에 맞게 가장 잘 번안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이번 연습에서 본 경남예술극단의 작품은 <햄릿>에서도 기존 <하멸태자>에서도 극중 대사비중이 높은 호려소(<햄릿>에선 호레이쇼)의 대사를 지워버렸다.

대신 조용히 피리를 불고, 하멸과 눈빛으로만 서로의 느낌을 주고받는다. 그러면서 호려소에게 극 전반에 대한 관찰자이자 결국 하멸이 희생양이 되는 것을 위로하는 일종의 제사장 역을 새롭게 부여하고 있다.

오후 4시가 넘어 한 차례 연습을 마친 이훈호 연출가는 “인간의 질서가 깨진 곳은 자연의 질서도 깨어진다. 이 때 사람들은 전태일, 김주열과 같은 희생양을 원할 지도 모른다”면서 “왕위찬탈을 위해 형을 죽이는 삼촌, 삼촌과 부도덕하게 결혼하는 어머니, 이를 지켜보며 결국 모두를 죽이고 자신도 죽는 하멸을 통해 우리가 필요로 하는 희생양이 얼마나 안타까운 최후를 맞는지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진주극단 현장, 진해극단 고도, 사천극단 장자번덕, 통영극단 벅수골, 거제극단 예도 등 도내 5개 극단이 이번 합동공연에 참여하고 있다.

8일 오후 4시, 7시30분 사천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12일 오후 7시30분 창원성산아트홀 대공연장, 15일 오후 7시30분 마산MBC홀, 19일 오후 7시30분 통영시민회관, 21일 오후4시, 7시30분 김해칠암문화센터 공연장. 일반 1만원, 학생 7000원, 경남예술사랑티켓 구입시 일반 5000원, 학생 2000원. (055)211-5757(경남예총), 265-8589(경남연극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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