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사회생활 적응 못한 40대 남 목 매

지난달 30일 오후 5시께 창원 용지공원 화장실 앞 나무에 김모(44)씨가 목을 맨 채 발견되어 급히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목격자 조모(48)씨는 “같이 점심을 먹은 뒤 ‘좀 있다 화장실로 오라’는 말을 해서 가보니 김씨가 화장실 앞 나무에 목을 맨 채로 있었다”며 “화장실 청소하는 아줌마에게 119에 신고를 하도록 한 다음 급하게 줄을 끊었다”고 말했다.

유족들에 따르면 김씨는 20년 동안 창원 일대를 돌며 노숙생활을 해 왔다고 한다. 그동안 직장에 들어간 적도 있지만 매번 10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뛰쳐나왔다. 그는 친형 집에서 한동안 살기도 했지만 이미 떠돌이 생활에 익숙해진 그가 가정생활에 적응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유족들은 “그동안 4번이나 직장을 잡아 주었지만 모두 모두 그만두었다”면서 “가끔 집에 오면 용돈을 조금씩 주었다”고 말했다.

김씨와 같이 노숙생활을 해온 조씨는 “김씨를 안 지 10년이 넘었는데 술 마실 때 외에는 거의 말이 없었다”면서 “그동안 같이 일을 하러 다니기도 했지만 사람들하고 잘 못 어울리는 성격인 것 같았다”고 전했다.

김씨는 목을 매달기 전 옷과 신발을 빨고 몸도 깨끗하게 씻었다. 하지만 이것이 죽음을 준비하는 조용한 의식이라는 것을 누구도 알 지 못했다.

조씨는 “김씨가 밤새 한숨도 못잔 것 같았고 아침에도 기도 같은 것을 계속해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면서 “5일 동안 술을 안 먹던 김씨가 점심 때 갑자기 술을 먹자고 해서 같이 먹었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그게 모두 죽기 위한 준비인 것 같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씨가 내성적인 성격과 오랜 노숙생활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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