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율 스님 강연 이모저모]에어컨 꺼달라 주문...손부채질 늘자 제안

○…강연회가 막 시작될 무렵, 지율스님이 에어컨을 꺼 달라고 요청했다. 에어컨 바람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강연이 시작되자 강당의 온도가 차츰 올랐다. 그다지 넓지 않은 공간에 100여명의 사람들이 들어찼으니…, 게다가 더운 여름밤에 장마철인 관계로 습도마저 높으니 충분히 그럴 만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손부채질 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었다. 이마랑 코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힌 이도 더러 보였다.

지율스님도 그 광경이 딱했는지 한 마디 했다. “많이들  더우시죠? 저는 개인적으로 기계에서 뿜어 나오는 찬바람을 싫어합니다. 이런건 어떨까요. 더위를 즐기는 겁니다. 더위를 피하기 위해 에어컨 앞에 서기보다는 자신의 몸을 더위에 견디도록 단련시키는 것이 더 나은 피서법 아닐까요. 인간의 적응력은 대단하거든요.”

많은 사람들이 수긍하는 눈치였다. 손부채도 조금씩 줄어갔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닌 듯.

○…강연을 듣는 많은 이들이 지율스님의 단식에 대해 궁금해했다. 다들 어떻게 견뎠는지 의아한 눈치였다. 스님은 지금까지 4년의 기간동안 400여일을 노숙했고 모두 240여일 동안 음식을 입에 대지 않았다.

지율스님은 “저번 100일 단식 때 60일째 되는 날 스스로 견디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 주위의 빛과 소리에 대한 깨우침이 영양분이 되어 줬다. 단식은 투쟁이라기보다 자기정화를 통한 ‘되돌아 봄’의 한 방식이다. 그래서 일까. 단식을 하며 몸(건강)을 잃었던 적이 없다. 단식은 몸으로 하는 것이 아니란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스님은 지난 3월 100일 단식을 마친 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100일을 어떻게 견뎠느냐는 말들을 하는데 사실은 나로서도 기적 같은 시간이었다”면서 “왜 그렇게 항상 마음이 기뻤는지 모르겠다”고 소회를 밝힌 바 있다.

○…강연을 듣던 한 참석자가 물었다. 거창한 환경운동 말고 생활 속에서 환경운동을 실천하며 사는 방법이 뭐냐고.

지율스님은 “생활 속 환경운동은 두 가지가 중요하다. 첫째는 즐거워야 하고 둘째는 불편을 참아야 한다는 것이다. 에어컨을 끄는 것도 어쩌면 환경운동이라 할 수 있다. 에너지, 음식, 각종 생활용품들을 아낄 줄 알아야 한다. 함부로 쓰거나 마구 버리는 만큼 환경은 오염되기 마련이다. 절약은 생태적 생활과 맞닿아 있다. 자연에서 빌려온 것들을 소중히 하고 아끼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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