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의원 3인의 자민련 이적으로 여야간 대립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3일 여야 영수회담에 관한 입장을 표명할 예정이어서 이 총재의 결정이 `이적파문'의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총재가 이날 오후 혜화동 가톨릭대 주교관으로 김수환 추기경을 방문, 영수회담에 대한 조언을 구한 자리에서 김 추기경은 난국타개를 위해 여야가 합심단결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 수습의 계기로 작용할 지 주목된다.

이 총재는 이에 앞서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총재단·지도위원 연석회의에서 현상황에서 영수회담은 불필요하다는 의견이 주조를 이뤘음에도 불구, `큰 정치' 구현이라는 대국민 약속을 지켜야한다는 생각이 더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당직자는 “이 총재는 큰 정치를 해야 한다는 명분과 여권의 치졸한 행태에 대한 실망감 사이에서 고민하는 것 같다”면서 “그러나 이 총재가 결국 영수회담에 참석하는 쪽으로 결단을 내릴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권철현 대변인은 “오늘 회의는 과연 이 정권에게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맡겨야 하는지 심각하게 통탄하는 분위기였다”면서 “영수회담 참석 여부는 3일중 밝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여야는 영수회담 개최와는 별도로 당력을 총동원해 이번 파문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전에 나서는 한편 오는 9일 종료되는 임시국회를 대야 및 대여 공세의 장으로 적극 활용할 계획이어서 국회운영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 총재단·지도위원 연석회의를 열어 여권의 공식사과 및 원상회복 조치 등이 없을 경우 △3일 원내·외 위원장 연석 규탄대회 △자민련 원내교섭단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임시국회 재소집 등을 추진키로 했다.

한나라당 소속 국회부의장 및 상임위원장단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하례회에도 불참했다.

이에 대해 여권은 영수회담이 성사되면 이 총재에게 자민련 교섭단체 구성의 불가피성을 설명하고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한편 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가 부산 휴가를 마치고 귀경하는 대로 양당 공조를 주축으로 정국 주도권을 확보해 나가는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민주당 김중권 대표는 “그간 정치불안은 자민련의 정치적 실체를 인정하지 않은 데서 비롯된 것”이라면서 “따라서 이번 일로 정치안정의 중요한 전환점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민련은 민주당 의원 3명의 입당을 계기로 국회 원내교섭단체 등록을 추진할 예정이나 강창희 부총재가 교섭단체 등록날인을 거부하면서 이적사태에 계속 반발하고 있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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