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하고 신속하게’,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차분하게’

속보 = 40대 남자가 출동한 경찰관 앞에서 전처를 살해한 사건에 대한 경찰의 대응과 관련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경찰청과 경남지방경찰청이 각각 제작·배포해 일선 지구대 경찰이 실무지침으로 사용하고 있는 상황별 대처요령 등의 지침서와 지구대에서 하고 있는 현장상황 대응능력 훈련(FTX)이 얼마나 현실적이고 실제적인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24·25·28일자 4·5면 보도>

경찰 앞 전처 살해사건 대응과정 논란 지속

경찰청은 올해 1월 ‘범인체포·연행관련 단계별·상황별 행동요령’이라는 지침서를 제작해 일선 지구대에 배포했다.

이 지침서에는 체포와 연행의 과정을 현장도착 전, 현장도착, 범인제압, 범인체포, 연행 등의 5단계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범인과 맞부딪쳤을 경우의 행동 요령은 ‘은밀하고 신속하게’,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차분하게’ 등 막연하고 추상적인 표현이 주를 이루고 있다.

경남지방경찰청에서 이번달 초에 배포한 ‘지구대 외근실무 매뉴얼’도 마찬가지다.

음주자, 가정폭력, 절도, 집단폭력 등의 강력 사건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며 각 상황별 대처 요령을 설명하고 있지만, 범인과의 대치 상황에서는 ‘신속하고 은밀하게 접근’ 등 막연한 표현을 사용해 경찰청 지침서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 때문에 결과적으로 모든 것은 현장에 출동한 경찰의 판단에 맡길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문제는 일선 지구대 경찰들이 항상 이번 사건 같은 경험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당시 출동한 경찰도 13년 경찰 생활 중에 처음 겪어본 사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순간의 상황판단이 사람의 생명을 좌우하게 되는 사건은 언제든지 다시 발생할 수 있다. 결국 판단 능력을 높일 수 있는 실제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막연한 요령보다 실제 상황판단훈련 필요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실제 상황에 대비해 현장상황 대응능력 훈련(FTX)을 한다고 말한다. 경남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이번 달 부터는 월 1회 이상 자율적으로 훈련을 하는 것으로 바뀌었지만 지난달까지만 해도 주 1회씩 지방청 합동훈련을 해왔다”며 “이는 여러 상황을 가정해 실제적인 대처능력을 기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서부경찰서 소답지구대 관계자는 “지구대 자체적으로도 매주 금요일마다 팀별로 나누어 실제 상황을 가정해 상황대처 훈련을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주로 날치기나 은행강도 체포 위주로 훈련이 진행되어 종합적인 판단능력을 기르기에는 부족하다.

실제 전처 살해사건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은 “실제 상황에 닥쳐보니 잘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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