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CEO “아줌마도 할수 있다” 가 만들어낸 성공

경남도에서 최근 직장여성 보육정책을 세우고 직장여성들이 아이를 키우는 일을 걱정하지 않도록 도와주려고 애쓰고 있다. 늦은 감은 있지만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남성은 물론 같은 여성이면서도 여전히 아이키우기는 여성만의 몫으로 치부하는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이 아직도 우리 사회엔 팽배하다.

여성의 성공에는 남성들보다 한가지 더 조건이 있다. 육아와 가사노동으로 표현되는 집안일이다. 여성들은 밖에서는 직장인으로, 안에서는 엄마이자 며느리이자 아내로서 역할을 맡고 있다. 특히 육아는 일하는 여성들에게는 가장 큰 부담이다.

이런 부담을 안고 어렵게 창업해 적게는 20억원에서 많게는 100억원대까지 연 매출을 올리고 있는 여성 CEO들을 만날 수 있다는 건 설레는 일이다.

이 책에는 14명의 여성 CEO가 등장한다. 이 CEO들은 모두 회사원으로, 전업주부로, 학생으로 살던 평범한 여성들이었다. 그들이 현재 ‘잘 나가는’ 중소기업의 ‘잘 나가는’ CEO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할 수 있다’는 도전정신이다.

‘선영아 사랑해’라는 광고 문안으로 유명세를 떨친 바 있는 자연인/로고나코리아 이진민 사장은 광고 기획 노하우에 힘입어 삼성, SK, 현대 등 대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자연인은 2001년 설립한 마케팅 종합 컨설팅업체이고, 로고나코리아는 천연 유기농 화장품 브랜드다.

이사장은 직장 다니며 육아와 승진 문제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털어놓으면서 “세상에는 남성화한 여성과 여성화한 여성이 있는데 남성화한 여성은 사회진출엔 도움이 되지만 여성문제에는 별 관심이 없다”며 “여성화한 여성(일은 잘하지만 좀 부담스러운 여자)이 사회에 많이 진출하도록 돕고 그들에게 건강한 힘을 모아주는 여성의 힘이 필요하다”고 직장여성으로서의 경험을 말한다.

이지디지털 이영남 사장은 면세점의 영업매니저로 일하다 ‘일 잘하는 야무진 여자’로 소문나 서른살에 디지털 계측기 전문업체인 이지디지털을 창업했다. 하지만 부도 위기, 중국산 저가 공세 등 현재의 튼튼한 회사로 일어서기까지 치른 수업료는 비쌌다.

일·가정 두마리 토끼 잡은 여성 CEO 14명의 노하우 공개

회사에서야 남성들에 뒤처지지 않게 열심히 일하면 되지만 가정일은 또 다르다. 이영남 사장은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고 “가족경영을 잘해야 회사경영이 잘된다는 생각으로 시어머니에 관한 일이라면 무조건 잘하자는 게 철칙이었다”며 “엄마가 해준 밥을 먹고싶다고 자식들이 투정하고 반항할 때 가장 가슴 아팠다”고 회고하고 있다.

모든넷 신순희 사장은 다리가 불편한 신체장애를 안고 있지만 지방에 있는 기업이라는 핸디캡을 딛고 지난 2004년 3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모든넷은 멀티미디어 시스템 및 인터넷 홈페이지 구축, 검색 엠진, 웹 메일 등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신사장은 “지금까지 여성이고 장애인이라는 생각보다는 한 회사를 책임지고 있는 대표의 자세로 모든 일에 임했다”며 “아이들에게도 자립심을 길러주려고 노력했다. 우등생보다 친구들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사회감각을 익히는 것이 바로 리더십 교육”이라고 강조한다.

고등학교만 졸업한 10년차 전업주부였던 하현영 사장은 꽃재벌이 되었다. 환경친화적이며 전문적인 디자인과 독창적인 시공노하우로 조경산업을 한 단계 업그레드한 실내외 조경 전문업체 하영그린이 하사장이 만든 회사다.

“남편의 사업 실패로 생활 전선에 내몰렸던 것이 오히려 인생역전의 기회가 됐다”는 하사장은 “집안에 실내정원을 가꾸며 살던 소박한 주부였는데 사업을 시작하고부터는 최고가 되기 위해 많은 실패와 역경에 굴하지 않고 일어서는 용기가 필요했다”고 말한다.

이들 말고도 이오에스 김미경 사장은 전문대만 졸업했고, 컴투스 박지영 사장은 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여대생이었다. 또 도도가구 길준경 사장은 청각장애아인 자신의 아들에게 안전한 가구를 마련해 주기 위해 아동용 가구를 직접 만들게 되었다.

이 여성 CEO들의 공통점은 자신들이 슈퍼우먼이 아님을 인식하고, 바쁘게 일하면서 겪게 되는 자녀교육 문제, 시댁과의 갈등관계를 지혜롭게 풀어내는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다는 것이다. 이 노하우는 그들이 엄마로서 겪었던, 혹은 지금도 겪고 있는 문제들의 해결방식이다. 또한 이 땅의 여성들이 자신의 공간에서 한발짝 나아가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이며, 딸들에게 물려줄 유산이기도 하다.

한국인식기술 송은숙 사장의 말은 그래서 더 와닿는다. “나는 사랑하는 딸 아들에게 당당한 엄마로 남고 싶습니다. 내가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간다면 그 순간순간이 우리 아이들에게 산교육이 될 겁니다.” 279쪽.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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