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김칠석씨 가족 “컴퓨터오락 시간가는줄 몰라요”

속보 = “컴퓨터를 가지고 하는 놀이가 이렇게 재미있을 줄 몰랐습니다.”

세상을 등진 채 15년간 현대판 원시생활을 해 오던 김칠석씨 가족들이 양산시의 도움으로 전 가족이 병원진료와 함께 학교진학을 위한 기초학습훈련, 컴퓨터 작동법을 익히는 등 처음으로 세상의 문명과 접하기 시작했다.<본지 20일자 7면 보도>

영양결핍인해 뇌수축된 보람이 특수교육

▲ 컴퓨터오락에 집중하고 있는 대복이와 아람이.
5남매중 둘째인 대복(11)이는 시가 새로운 집과 함께 방안에 설치해 준 컴퓨터 앞에 20일 오전부터 앉아 온종일 시간가는 줄 모르고 마냥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나마 선천적으로 손재주를 타고 났는지 5남매중 컴퓨터를 만질 수 있는 사람은 대복이 뿐으로, 셋째 아람(10·여)이는 오빠가 컴퓨터를 조작하면서 기계에서 나오는 소리가 신기한 듯 자신도 오락을 하고 싶다고 오빠에게 매달렸다.

은둔생활을 접고 세상 밖으로 나온 이들 가정은 아직도 꿈인지 생시인지 구별을 못할 정도로 어리둥절해 하면서 세상과 적응해 나가고 있었다.

지난 19일 웅상병원에서 진료받은 결과 첫째 보람(14·여)이는 성장과정에서 제대로 영양공급을 못 받았던지 지능이 60대 상태인 뇌수축 판정을 받아 20일 오후 양산병원에서 정밀진단을 받은 결과 정신지체 2급판정을, 막내 예명(3)이는 심각한 영양실조 판정을 받았다.

신용불량회복·진학 기쁨에 연신 밝은 표정

이에 보람이는 21일 웅상읍에 지체장애인 등록을 한 뒤 다른 동생들과 달리 특수교육을 받기 위해 일반 학교가 아닌 전문학교를 찾아가게 된다.

또 김씨는 눈이 침침한 망막염으로 판정받아 꾸준한 치료를 받아야 하고, 부인 신씨는 조울증과 우울증을 겸비한 정신질환 판정을 받아 정신적 치료에 집중해야 할 처지다.

그러나 다행히도 둘째와 셋째는 큰 병명도 없었고, 형제중 유일하게 부모들의 모 종교생활도중 어깨너머로 배웠는지 글도 제법 또박또박 읽을 줄 알았다. 발음이 다소 어눌한 넷째 하나(8·여)와 큰 딸 보람이는 글을 읽지 못하는 문맹이어서 21일부터 모 어린이집 원장의 도움으로 집 인근 어린이 집에서 학교진학에 대비, 기초학습훈련을 받는다.

시종일관 밝은 표정을 잃지 않은 둘째와 셋째는 벌써부터 동생이 글을 익히고 나면 막내와 첫째를 제외한 3명이 나란히 학교에 갈 수 있다는 설렘에 휩싸여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오후 아버지 김씨는 부산 자산관리공사를 방문, 신용불량회복 신청을 했다. 자신이 과거 부산서 생활하던 중 1000만원이 넘는 금액을 남에게 이용당해 신용불량자로 전락된 뒤부터 삶의 의욕을 잃었기 때문이다.

“한때 동반자살할까 생각” 지금은 희망꿈꿔

김씨는 이날 시를 방문한 자리에서 “한때 생활고에 빠져 전 가족의 동반자살까지 생각했지만 이제는 주변의 도움으로 삶의 활기를 되찾은 만큼 자녀들의 교육과 올바른 생활을 위해서라도 부끄럽지 않은 가장이 되겠다”며 마음을 다잡았다.

이날 김씨 가족의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달초 승진한 시청 4명의 승진계장들도 십시일반으로 모은 돈으로 생필품과 선풍기 등을 이들 가정에 전달했으며, 21일부터는 웅상읍자원봉사자들이 이들 가정을 돌볼 예정이다.

시 복지과 이현주씨는 “이들 가정이 여는 가정처럼 정상을 되찾고 자녀들도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꾸준히 보살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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