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거인은 영원한 거인

80년대 야구는 촌스럽지만 그속에서 피어나는 낭만과 멋이 있었다. 지금처럼 정교한 데이터 야구가 아닌, 개인의 능력에 팀이 좌지우지 되는 시기였다. 따라서 팀보다는 오히려 선수 개개인이 팬들의 눈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았다.

흔히 말하는 ‘슈퍼스타’. 롯데자이언츠도 예외는 아니다. 80년대를 풍미했던 ‘거인 슈퍼스타들’, 20여년이 지난 지금 그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양상문 - 롯데감독 윤학길 - 투수코치

▲ 최동원
◇ 롯데는 나의 고향
= 지금 롯데팀 코칭스태프를 보면 대부분 롯데맨 출신들이다. ‘선장’ 양상문 역시 85년 입단서부터 이듬해까지 롯데에 적을 두다 87년 당시 청보핀토스로 이적을 했다. 또 최동원 이후의 투수왕국 계보를 이으며 본인이 나온 경기는 이기든 지든 9회까지 완투를 했던 ‘괴력의 사나이’ 윤학길(86~97) 역시 투수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당시 윤학길이 마운드의 수호신이었다면 방망이를 책임진 선수는 다름아닌 ‘자갈캄 김민호(84~96)였다. 김민호는 올시즌부터 롯데 타격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80년대 롯데 야구의 상징 ‘미스터 올스터’ 김용희(82~89) 역시 롯데 2군감독을 맡고 있다. 2000년 한해 삼성 감독을 맡았지만 역시 그의 고향은 롯데였다.

2002년부터 롯데서 코치 생활을 시작으로 지금은 보이지 않는 음지지만 2군에서 꿈나무 조련에 혼신을 다하고 있다.

이밖에 믿음직스러운 내야수 박영태(83~92)는 수석코치를 맡고 있고, 작지만 강단이 있었던‘안방마님’ 한문연(83~92)은 배터리 코치를, 투수에서 타자로 변신, 대성공을 거두었던 김응국(89~03)은 2003년 선수생활 은퇴 이후 이듬해부터 작전·주루코치를 2년째 맡고 있다.

또 롯데언더핸드의 보이지 않는 에이스 박동수(85~93)도 재활코치로 활약하고 있다.

윤학길 - 투수코치 김민호 - 타격코치

   
◇ 롯데를 떠나도 야구는 나의 천직 = 현 삼성라이온즈 선동렬 감독과 함께 한국프로야구 투수의 양대산맥을 이뤘던 거인의 영원한 스타 최동원(83~88).

80년대 중반 전성기 이후 삼성 등을 전전하며 쓸쓸히 그라운드 생활을 마감, 야구계를 떠난 이후 TV 해설위원 등 잠시 외도를 했지만 역시 야구는 그의 천직이었다. 올시즌 한화이글스 2군 투수코치를 맡고 있는 것이다.

그의 덕분일까? 올시즌 한화 투수진을 보면 정민철, 지연규 등 재기에 성공한 투수들이 많다.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후배들의 재기를 돕고 있는 것이다. 현재는 또 한명의 재기를 꿈꾸고 있는 조성민 재활에 혼신을 다하고 있다.

83년 한국시리즈. 골수 롯데팬이라면 유두열(83~92)이라는 영웅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삼성과 3승3패를 기록, 결국 승부는 7차전까지 가고 말았으니….

6차전까지 17타수 1안타에 머물렀던 롯데 유두열은 3-4로 뒤진 8회, 잠실구장 좌측 폴대를 맞히는 역전 3점 홈런을 터뜨렸고 이 한 방으로 4승을 혼자 거둔 최동원을 제치고 MVP에 올랐다.

이 ‘추억의 영웅’ 유두열은 작년 한화 코칭스태프를 맡다 김인식 감독이 부임하면서 한화를 떠났다.

이밖에 원조 ‘작은 탱크’ 권두조(82~83)는 현재 SK 2군감독을 맡고 있고, ‘악바리’한영준(85~93)도 지난해부터 두산 주루코치를 맡고 있다.

김용희 - 2군감독 박영태 - 수석코치

◇ 제2의 인생 = 그라운드를 떠난 이후 전혀 새로운 곳에서 인생을 개척하고 있는 선수들도 적지 않다.

정학수(82~86)는 몇년전 불혹의 나이에 미국으로 건너가 시니어 PGA투어를 목표로 골프선수로 변신했다.

김응국 - 작전코치

또 롯데의 붙박이 1루수 ‘헐크’ 김용철(82~88)은 2003년 백인천 감독의 중도 사퇴로 감독대행까지 맡기도 했지만 이후 야구계를 떠나 지난 총선기간 여당 정치인을 도우며 정치권에 발을 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이 어느곳에 있든 팬들의 마음속에는 슈퍼스타로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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