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판로확보다. 그래서 정부의 각종 중소기업정책들도 상당부분 여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부가 혁신주도형 경제로 이끌기 위해 내놓은 판로와 관련된 주요 지원정책방향은 다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즉, 공공기관의 ‘신기술인증제품 구매제도화’나 ‘친환경상품의 공공기관의무구매법’시행이다.

지난해 조달청을 통한 공공기관의 총구매액은 22조원에 달하며 이중 내자금액만도 8조원을 넘어서고 있다. 이처럼 방대한 규모의 공공시장에 신기술·친환경기술을 구매제도화 시킴으로써 사실상 기업들의 생존과 경쟁력, 미래가치 지향점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친환경 기술 여전히 홀대

그러나 현장의 분위기는 어떤가? 한마디로 ‘아니올시다’ 다. 정부가 기술집약형 기업이 성공을 거두도록 한다며 정부 각 부처와 공공기관이 직접 나서 우수신기술제품을 구매토록 한 것이 ‘신기술인증제품 구매제도화’다. 딱 시행 1년이 지났다. 허수의 집계에 집착하지 말고 실제 신기술업체들을 모아 물어 보라. 모르긴 몰라도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다’이다.

국제적인 주요 환경정책의 하나로 환경신기술 확보와 활성화를 위한 ‘친환경상품공공기관의무구매법’도 다음달 1일이면 시행된다. 공공기관에 이 같은 사실들을 어필해보면 속된 말로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냐’는 반응이다. 본청이나 상부기관에서 아무런 지침이 없는데 하부기관에서 왜 사서 고생하느냐는 것이다.

대충 예견된 일이었지만 그래도 ‘어쩌면…’하고 기대했었다.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았다고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혈관의 반환점을 가보지 못하는 심장부들은 언제나 그걸 위안으로 삼았다. 사용실적을 가지고 강력하게 평가하겠다고 한다. 그들이 일방적으로 제출하는 보고서를 가지고?

끊임없이 비리와 잡음이 따라 다니는 도로와 철도 건설 등에 쓰이는 건자재류에 대한 예를 들어보자. 그 많은 기관과 품목들을 어떻게 파악할 것인가? 시스템이 되어있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건축현장의 특성은 그것으로 파악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런데 한가지 의문이 있다. 왜 공공기관들은 건자재류에 대해 조달구매를 하지 않는가? 신기술과 환경기술의 사용실적을 산자부와 환경부는 각 공공기관별로 챙기겠다고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방법은 간단하게 조달청을 통한 의무구매를 하도록 하면 되질 않는가? 사용집계도 여기의 자료를 근거로 하고. 여러 가지 제도적 보완점은 있어야겠지만 해결 못 할 아무런 문제는 없다고 본다. 이렇게 되면 신기술기업들의 부담은 던다. 왜? 공공기관들을 찾아다니면서 로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조달 심사 통한 객관적 평가를

사실 공공기관에 납품되는 이런 건자재류의 선택권은 공공기관이고 해당책임자의 일방적 선택이다. 당연하다 볼 수 있을는지 모르지만 이 권한 때문에 ‘기술’보다는 ‘인간관계’에 업체들이 매달리는 것이다. 물론 공공기관들이 기술평가에 소홀하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최선의 객관적이고 합리적 선택은 아닌 것은 분명하지 않는가.

업체들이 공공기관의 문턱을 들락날락해야하고 인맥을 찾기 위해 고심해야하는 이 모든 장면들이 여기에 원인이 있다. 때문에 조달심사를 통해 객관적 평가를 갖게 하자는 것이다. 그 시간과 쓰이는 자금을 기술개발에 쏟아 부을 수 있다. 조달청에 좀더 우수한 제품으로 평가받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이 권한을 놓지 않으려고 한다면 이건 분명 다른 뜻이 있다. 특정자재를 선정하는데 있어 평가기준과 선정과정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지금의 관례다.

공공건설의 현장이 업자들과 발주처 모두에게 아직도 ‘건수’로 인식되면 혁신주도형 경제로의 견인은 힘들다. 최소한 이 분야에서만큼은 말이다.

/이원우(주식회사 이엔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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