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무직·무학 '현대판 원시가정'

주민등록이 말소된 채 배우지도 못하고 직업도 없이 5남매와 함께 수년간 인적이 드문 산골 한 농가 단칸방에서 겨우 목숨만을 연명해 오던 이른바 현대판 원시가정을 시청 한 사회복지사 공무원이 찾아내 생계급여를 비롯, 말소된 호적을 복원하는 등 새로운 삶의 보금자리를 되찾게 했다.

가난 견디다 못해 외부와 단절

양산시 사회복지사 권모(29)씨는 지난 4월 하순께 웅상읍 덕계리 월마마을 산 기슭에서 애 우는 소리가 자주 들린다는 익명의 전화제보를 받았다. 권씨는 전화신고를 받은 뒤 마을 산 속을 들추면서 2일간의 끈질긴 추적 끝에 2평 남짓한 단칸방에서 2남3녀와 함께 기거하고 있던 김모(49)씨의 가정을 찾아냈다.

발견 당시 김씨의 가정은 부인 신모(44)씨와 14세, 11세, 7세의 세 딸과 13세, 3세의 두 아들 등 총 7명이 한 방에서 공동 생활을 하고 있었다. 김씨는 4년전 주민등록이 말소된 채 동거녀인 부인과 자녀들을 데리고 부산에서 이곳 마을로 이사온 뒤 외부와 단절된 채 7명의 가족이 모 종교시설에서 제공하는 소량의 음식물로 겨우 목숨을 부지해 오고 있었다.

가난 견디다 못해 외부와 단절...생계급여 지원·호적 복원

아버지와 어머니의 주민등록이 말소되다 보니 자녀들의 주민등록이 없는 것은 당연한 것. 이러다 보니 자식들의 학교생활은 아예 기대할 수도 없었고, 가족 모두 몸이 아파도 병원 치료는 엄두도 못 냈다. 호적과 직업과 배움이 전무한 그야 말로 무적, 무직, 무학인 현대판 원시가정이었다.

이들 가정의 안타까운 사실을 확인한 권씨는 건강상태가 극도로 악화된 가족들의 병원치료를 위해 행려자번호를 부여해 의료급여증을 만들었고, 최저 생계지원을 위해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생계급여(월 150만원)를 받도록 도왔다. 또 비좁은 단칸방 생활을 청산, 지난 9일 평산리에 방 2개를 얻어 이사를 시킨 뒤 자녀들의 출생신고까지 마쳤으며 무학인 자녀들을 내년에 학교에 보내기 위해 우선 기초학력을 쌓도록 모 어린이집 원장에게 위임했다.

권씨의 이 같은 노력으로 자칫 영원히 어두운 은둔생활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할 뻔 했던 이들 가정이 여느 가정과 다름없는 정상적인 가정 생활이 가능하게 됐다. 시는 권씨의 이 같은 모범적 행동에 부응, 시장의 역점시책인 찾아가는 복지행정 실현의 대표적 사례로 들면서 이들 부부에게는 사회적응 훈련을 거쳐 공공근로사업에 참여시키고 의복지원과 후원자 결연사업을 체결해 스스로 자생력을 갖추도록 행정적 지원에 나섰다.

공직자로서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는 권씨는 “수년간 은둔생활로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극히 꺼려 오던 어린 자녀들이 새로운 삶을 되찾으면서 밝게 생활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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