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렇게 안정돼 보였을까….”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의 행보를 보면서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질문이다. 국민의 인권을 전담하는 국가기관인 국가인권위원회가 안정되고 있다면 다행스러워야 할텐데 왠지 불안함을 떨칠 수 없다.

국가인권위는 올해로 활동을 시작한 지 4년째다. 작년 12월에 1기 위원들의 임기가 만료됐고 2기 위원들의 활동이 시작된 지는 불과 6개월여. 지난 13일에 있었던 국가인권위 전원위원회 회의는 시종 화기애애했다. 진행도 매끄럽고 위원들 간의 의사소통도 부드럽고 사무처 업무준비도 충실하고 이후에 처리해야 할 일들이 딱딱 정리되어 나갔다. 그러나 그 안에는 인권위원들과 사무처의 국가인권위원회였다.

안정돼 보이는데 불안

이번 회의에서는 굵직한 두 개 안건을 처리했다. 하나는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향후 추진일정이고 하나는 국가인권위 2006년 예산안이다. 결정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NAP는 잘 만든다 보다 ‘올해 끝낸다’가 목표다. 초기에 방향설정을 잘못해서 너무 오랫동안 남의 다리를 긁은 격이고 더 이상 지체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 일정은 향후 인권위 내부 검토와 정부부처와의 협의, 인권위원 집중토론, 전원위원회 의결을 거쳐 마무리된다.

두 번째 예산안은 인권단체의 협력강화라는 국가인권위의 방향을 염두하여 짜였음에도 특별히 고려된 것은 없다. 협력강화 사업이 인권단체 ‘지원’ 사업이 아님은 자명한데 예산배정은 물론 다른 사업 어디서도 그런 항목은 없다. 그리고 이 예산안은 별다른 보충 없이 통과됐다.

그렇다. 바로 몇 개월 전 국가인권위 2기 인선 직후 국가인권위가 안팎으로 쇄신을 요구받을 때의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내부적인 긴장감도 없고 외부에 대한 인식도 없고 이 점을 누구 하나 지적하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 너무나 불안하게 다가온다. 구조의 덫에 빠진 느낌이다. 그것도 딱딱한 구조를 가진 안정된(?) 구조에 빠졌다는 느낌이 든다. 국가기관이 안정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 바람직한 것이다. 하지만 국가인권위가 딱딱한 틀을 단단하게 만들어 간다는 것은 어색하기 짝이 없다.

국가인권위는 2기 인선 초기 ‘인권단체 협력강화’를 목표로 2기 출범 단 2달 여 동안 위원장과의 간담, 인권단체와의 정책간담회, 2주간 이어진 인권분야별 정책간담회 등 쉼 없는 활동을 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지금 국가인권위에서 어떻게 되어 있는가? 인권단체들의 의견은 반영되었는가? 잘못된 점에 대한 지적은 시정되었는가? 작건 크건 인권단체 활동가들이 제안한 여러 이야기들이 소중히 인식되는가? 아니, 진정으로 인권단체들과 협력할 의지가 있는가?

구조의 덫에 빠진 느낌

2기의 과제는 국가인권위와 인권단체 협력 강화는 아니더라도 바람직한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의식적이고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한다. 인권단체를 위해서가 아니라 인권을 위해서다. 얼마전 국가인권위가 사형제도나 비정규직에 대해 의미 있는 입장을 내고도 인권단체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했다. 외부에서 국가인권위를 폄훼하고 훼손할 때 제대로 비호 받지도 못했다. 국가인권위의 위상은 여전히 국가기관들내에서 위태로운데 국가인권위 내부만 안정궤도를 타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묻고 또 묻길 바란다.

/이창수(새사회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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