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트르 지음ㅣ보성출판사 : 참된 지식인을 보는 안목을 키우자

요즘도 강남의 집값이 들썩인다는 소식은 밥상에 오르는 김치처럼 변함없이 뉴스를 타고 전국으로 퍼져간다. 그러나 오르지 못할 나무인지라 관심조차 가질 필요가 없는 사람이 대다수인 것 또한 현실이다.

당장 눈앞에 놓인 밥벌이가 급한 사람들은 게으름을 피우는 것도 아닌데 아무리 용을 쓰고 일해도 가난의 대물림을 떨쳐버릴 수가 없는 이들. 이들이 아는 강남은 딴 세상이다. 세상이 바뀌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떠들지만 세상이 바뀌면 매우 곤란하다고 느끼는 장성 같은 힘을 어찌하지 못한 채 오늘도 이들이 새벽길을 연다. 그러나 그들의 어깨가 희망차지 못한 것이 안개 속임은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다. 태양이 뜨기만을 기다리기보다는 이미 스스로 발돋움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희망의 빛은 무엇일까?

사르트르가 지식인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지식인을 위한 변명(보성 출판사)’에서 진정한 지식인이라면 민중의 편에 서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의 안위만을 위하지 않고 사회와 민중을 위해 참여하는 사람이 참된 지식인이라고 보고 있다.

그 자신 역시 진정한 지식인이 되기 위해 자유가 주는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며 주체적 삶을 세우려고 애썼다. 사르트르는 보편적 기술과 내적 이데올로기 사이에서 내적 투쟁의 의미를 자각하는 잠재적 지식인은 많지만 행동하는 참된 지식인의 부재를 들고 있다.

그는 세치 혀로 지배 계급의 이익을 위해 현실을 왜곡하거나 정당화하고 또 권력자의 대열에 오르기 위해 지식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사이비 지식인(지식 전문가)으로 표현한다. 그러면서 실용적인 진리 탐구와 지배자의 이데올로기 사이의 대립 속에서 행동하는 지식인이 될 것을 그는 요구하고 있다. 그는 또한 지식인을 그 사회의 모순을 내재화한 역사적 산물을 말한다. 사회가 손상함이 없이 지식인의 탄생을 바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참된 지식인이 나오는데 있어서 걸림돌은 셀 수 없이 많겠다. 그 중에서 그들에게 무엇보다 큰 장애로 느껴지는 것이 있다면 늘 우리들 속에 살아 꿈틀대는 기득권이 될 수 있다는 믿음에 따른 행동이 하나를 차지하지 않을까. 자신도 기득권이 될 수 있다고 믿고 추종하는 이들의 태도는 그들의 기를 꺾는다. 유리알 같은 사회를 꿈꾼다면 우리들 내부를 먼저 들여다보아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라 하겠다. 참된 지식인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자리를 살피는 게 필요한 시점에서 힘들어도 대중의 깨달음이 필요하지 않을까?

특히 이 책에도 작가의 역할에 대해서 언급되고 있는데 우리 사회에도 이십여 년에 걸친 독재와의 투쟁을 다하고 뼛속에서 나오는 말이나 글을 세상에다 전하는 감동적인 지식인을 찾을 수도 있고 또 그와는 반대의 모습을 접하는 경우도 바닥처럼 깔려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민중이 스스로 나아가는 현대 사회에 있어서 지식인이 더 이상 필요치 않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사회 속에는 늘 비누처럼 물과 기름을 융화시키는 힘이 작용하고 있음을 우리는 느끼며 산다.

좀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는 책이겠지만 밝은 미래를 향한 창이 되어 줄 것이다. 참된 지식인과 사이비 지식인을 보는 안목을 키우는데 열쇠가 되어 보다 큰 길을 여는 대중이 되게 해주리라 믿는다.

/김순조(논술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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