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가 계속 읽고 싶은 작품 쓰고 싶어”

“수필은 순수한 자기 성찰로 인생을 돌이켜보고 살피는 것이지만 소설은 이와는 달리 픽션을 통해 세상을 나름대로 재조명할 수 있는 과정이 재미있습니다. 독자들이 흥미진진하게 읽고 싶은 느낌을 주는 작품을 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늦깎이 문학도가 본격적으로 소설 공부를 시작한지 채 1년이 안돼 소설가로 등단하게 됐다.

마산시청 공무원으로 올해 정년퇴임을 앞두고 공로연수 중인 김봉천(60·사진 ) 서기관.

몇 년 전부터 이미 수필가로 등단해 활동하고 있는 김 서기관은 최근 행정자치부와 한국문인협회가 주관한 ‘제8회 공무원 문예대전’에서 단편소설 <필라투스>로 전체 대상인 대통령상을 차지했다. 교사를 포함해 전·현직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이번 대회는 시·시조·수필·단편소설·아동문학·희곡·저술 등 전 분야에 걸쳐 3458편의 작품이 접수돼 전체 대상과 부문별 최우수상 등 총 55명의 입상자를 뽑았으며, 최우수상 이상은 한국문인협회 회원가입 자격을 준다.

단편소설 <필라투스>로 소설가 등단

김 서기관은 창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이미 지난 2002년 수필가로 등단한 전력이 있지만 최근에는 소설 창작에 푹 빠져있다.

“주위에 너도 나도 시인이나 수필가라며 문인이 넘쳐나지만 정작 소설은 그 토양이 매우 얕습니다. 공로연수 돌입과 더불어 지난해 9월부터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소설전문가 과정에 다니며 문인의 길을 차곡차곡 준비하는 중입니다. ”

수업을 위해 매주 수요일 새벽 3시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로 향하는 김 서기관은 오후 1시부터 9시30분까지 공부를 하고는 다시 밤 10시 버스를 타고 다음날 새벽 3시 마산에 도착한다. 학생 대부분은 20·30대로 김 서기관이 제일 고령이다.

<필라투스>는 지난해 김 서기관이 스위스 루체른에 있는 필라투스 산에 케이블카로 올랐다가 그 곳에서 소재와 영감을 얻어 쓰게 된 작품이다.

김 서기관의 단편소설 제목인 ‘필라투스’는 예수에게 십자가에 못박히도록 판결한 로마 총독의 이름으로, 양심의 가책으로 정신 이상을 일으켜 세상을 떠돌다 스위스의 이 산에서 죽었다고 한다.

소설에서는 박정희 정권 시절 유럽에 낙농업 연수를 온 공무원이 스위스에서 사랑에 빠지지만 어쩔 수 없이 홀로 귀국해 이를 혼자의 가슴에 묻고 평생을 양심의 가책 속에 지내다 결국 자연사를 가장해 자살한다. 이 고위 퇴직 공무원의 아들이 스위스를 꼭 찾아가보라는 아버지의 뜻 모를 유언에 이 곳을 방문하는 것으로 소설은 시작해 필라투스 산에서 배다른 여동생을 만나게 되는 것으로 끝맺는다.

“가상 존재 내세워 세상 부조리 고발”

김 서기관은 이 소설을 통해 “역사적이면서도 가상의 존재를 내세워 세상의 부조리한 부분을 고발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김 서기관은 이제 막 등단하는 소설 작가이지만 작품관은 뚜렷하다.

“묘사와 이야기 뼈대에 충실한 작품을 쓰겠습니다. 요즘은 발표되는 소설의 절반가량이 아주 관념적인 작품입니다. 마치 정신병자의 머리 속에 독자를 집어넣어 정신없이 헤매게 하다 끝나버리는 듯한 관념성은 소설을 읽고 난 다음 가슴에 남는 감동을 느끼기 힘듭니다. 통속적이 되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읽는 사람이 계속 읽고 싶은 느낌을 주는 작품을 쓰고 싶습니다.”

한편 이번 문예대전에서 도내에서는 김 서기관을 비롯해 하동우체국 문병우씨가 <노란 시월>로 시 부문 장려, 진주시 지방행정주사 송창준씨가 <그곳에 산이 있다는 것만으로>로 저술 부문 장려로 선정됐다.

시상식은 8월 중 정부 중앙청사에서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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