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농림부는 농지법 중 개정 법률안을 내놓았었다. 농업기반공사의 영농규모화 사업담당기관이나 새로 설립을 검토 중이라는 농지은행 제도를 통해 농업생산자에게 5년 이상 임대하는 조건으로 비농민 도시인들이 농지를 얼마든지 소유할 수 있게 한 것이 그 핵심내용이다. 농업주체인 농민이나 농민단체보다 제3자 격인 시중언론들과 소수 시민단체의 강한 반대와 비난 속에 그 개정안의 국회통과는 보류되고 있지만 올해 6월부터 시작되는 국회에서는 통과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도시자본 농지 무제한 소유

많은 언론들과 시민단체들이 우려하고 있는 대로 농지은행을 통한 5년 임대 뒤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도시자본의 무제한적인 농지소유와 매매 그리고 이용의 허용은 헌법 제121조 1항의 경자유권과 소작금지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만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고위공직자들의 경력 검증과정에서 드러나고 있듯이 편법을 통한 도시자본의 농지소유와 투기행위만도 도를 넘치고 있다. 그런데 이 도시자본의 토지투기와 파괴를 이제는 법을 고쳐서 합법화 해주겠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근원을 따지면 모두 개방농정 탓이지만, 농림부의 농지법 개정을 위한 변명대로 농사를 계속 지어갈 영농후계자가 사라져 가는 등 우리 농업여건의 급속한 변화로 하여 농지법의 개정은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그 개정은 우리 농업을 살리고 농지를 지키는 방향과 목표로 개선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 농산물의 생산원가 구성에서 농지 값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다. 그러므로 개인이 땅을 사서 짓는 농사로 농지 값이 매우 싼 미국이나 농지 값은 없고 낮은 임대료만 있는 사회주의 중국의 농산물과 도저히 경쟁할 수 없다. 우리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농지를 지키기 위한 명분의 농지은행제도의 농지는 그래서 무상으로 임대하거나 아주 낮은 임대료로 임대할 수 있는 농지라야 한다. 그러자면 5년 간 농민에게 임대한 뒤 매매와 전용파괴를 허용하는 도시자본에 의한 농지은행이 아니라 정부재정으로 은퇴한 농민의 농지를 적정 값에 구입하여 소농이나 기업농에게 무상 또는 낮은 임대료로 빌려주는 농지은행을 먼저 설립하는 일일 것이다. 정부의 재정출연으로 농지은행제도를 설립하자는 제안에는 재정조성의 어려움을 들고나서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 농업과 농지를 지킬 당국자의 마음이 없는 것이지 정부에 재정이 없을 리는 없다.

“토지소유상한제 재도입을”

이런 농지은행제도와 함께 반드시 재도입되어야 할 토지제도는 토지소유상한제다. 이것을 왜 재도입이라고 했느냐하면 1949년 농지개혁이후 1996년까지 우리가 실행했던 제도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우루과이라운드 농산물시장 개방협상이후 영농 면적의 규모화로 우리농산물의 국제시장경쟁력을 높이겠다며 이 소유상한제를 폐지한지 올해로 10년째다. 기대한 농산물의 시장경쟁력은 전혀 높아지지 않았고, 농지의 소수집중도는 확실히 높아졌다. 토지의 소수인으로의 집중은 농업경쟁력을 높이는 대신 이 땅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경쟁적으로 남발하는 각종 개발정책에 따른 지가폭등으로 고위 공직자들의 과거 행적 검증과정에서 드러나고 있듯이 그 재산을 몇 십, 몇 백억대로 불려주는 수단중의 하나였을 뿐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각종 개발공약으로 투기를 오히려 조장해놓고 그것을 잡는다는 명목으로 각종세수를 증대해 갈 구실들만 계속 만들어 가고 있다.

이러고도 이 땅에 민주주의가 있고 개혁정부가 있다고 누가 말할 수 있는가? 이 땅에 민주주의가 뿌리내리기를 진정으로 원한다면 토지소유상한제부터 반드시 재도입하여 소농을 보호 지원해야 한다. 소농을 몰락시킨 나라 치고 제대로 된 민주국가는 하나도 없다.

/천규석(농민·대구한살림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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