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11일째, 천막농성 9일째를 맞은 12일 다시 시내버스 노조의 농성장을 찾았다. 덥수룩하게 수염을 기르고 천막 안에 앉아있는 각 노조 지부장들에게 일단 연민이 간다.

그들은 “자가용 굴릴 형편이 안되는 나 같은 사람들의 발을 잡는 우리인들 마음이 좋겠느냐”며 “그래도 배고파서 못살겠고 힘들어서 못살겠다는데 언론은 왜 노동자만 나쁜 사람으로 만드냐”며 볼멘 목소리를 높인다.

기자도 그의 말을 인정한다. 지난 10월 시내버스 임금 인상을 앞두고 기획시리즈를 준비하면서 날이면 날마다 시내버스에 몸을 실었다. 버스기사들의 주장대로 노동환경이 열악하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사실 차가 막히는 시간이면 밥먹을 시간도 없었고 소변 볼 시간도 없었다.

한 기사는 창원대로에서 신호를 받자 나가서 한쪽으로 가 볼일을 봤고, 또 다른 기사는 창원 명곡로타리에서 차가 막히자 나가서 담배를 피워 물었다. 당시 그 기사는 “배차시간을 맞추려면 난폭운전에 신호위반은 기본인데 왜 그걸 만든 사람은 놔두면서 우리한테만 욕을 하느냐”고 억울해 하기도 했다.

열악한 노동환경에 이어 기사들의 임금 수준도 노동강도에 비해 형편없이 열악하다는 사실이 본지를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내버스 노조는 “왜 우리에게만 양보하라느냐?”며 중재를 나온 사람들에게 언성을 높이기도 한다. 실상을 아는 사람들은 그들의 목소리가 높은 이유에 대해 알고 있다.

하지만 걱정스러운 것은 여론이 노조에 대해 등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여론은 파업의 정당성에 대해 인정하지만 오래된 폐단을 지금에 와서, 그것도 차를 멈추면서까지 고치려 한다며 노조에 쓴소리를 하고 있다. 앞으로 시민과 함께 고쳐나가자는 것이다.

여론의 힘을 잃은 노조는 힘을 쓸 수가 없다. 특히 공공재라는 시내버스의 특성상 더욱 그렇다. 지금이라도 노조가 여론을 떠안아야 한다. 알지 않는가 노선개편, 운행시간 연장, 환승체제 등등. 앞을 내다보는 시내버스 노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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