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유자적 사는 삶은 유토피아일 뿐인가

어쩌다 텔레비전을 보다가 광고를 보게 된다. 도무지 무엇을 광고하는지 이해가 되지않는 것이 있다. 그러나 십대인 우리 아이들은 어떤 것을 광고하고 있는데 그것도 모르냐면서 나를 놀린다. 핀잔을 들으면서도 광고 속의 내용이 어려워 고개를 갸웃거릴때가 많다.

벌써 나는 우리 사회의 변화에서 밀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사뭇 서글퍼지면서 두렵기까지 하다.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도태되는 것이 아닌가 하고 불안해진다.

그렇게 생각하다가 아서라 ‘느리게 산다는 의미’책도 있고 ‘다운시프트’를 부르짖는 사람들도 많지 않던가 하고 스스로 위로를 하기도 한다. 어제의 정보는 과거가 되어버리고, 연일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정신을 못차리며 사는 나에게 지난달 친구가 <2010 대한민국 트렌드>라는 책을 빌려주었다.

국내에서 이름난 경제연구소에서 펴낸 책이라 일단 호감이 갔다. 우리나라 경제상황을 누구보다 먼저 빤히 파악하며 기업경영 컨설팅을 선도해나가는 싱크탱크들이 모인 곳이 LG경제연구소가 아닌가.

이 책에서는 5년 후의 우리 사회를 예측하고 있다. 소비, 산업, 사회문화, 인구, 경영, 국내경제, 글로벌트렌드라는 일곱 분야로 조목조목 짚어놓았다.

트렌드(trend)의 단어는 논리적, 추세적으로 가까운 시일에 나타날 것이 유력한 현상을 뜻한다. 우리가 평소에 신문이나 방송매체를 통해 잠깐잠깐씩 보아오면서 예측할 수 있었던 것들이지만 분야별로 정리되어 있어 알아보기 쉽게 되어있다.

그러나 책 속의 생소한 영어 용어들을 많이 접하면서 세계화 속에 살고 있다는 어지러움증도 느낀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 등 IT강국이라는 소리를 듣는 우리 사회 속에서 제레미 리프킨의 ‘접속의 시대’ 처럼 접속하지 못하면 존재할 수 없다라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첨단 기기옆에 붙어 살지 않고는 불안해서 살 수 없는 시대의 한가운데에 놓여있는 우리는 정말로 즐겁고 신나는가.

일본에서는 히키코모리(귀차니즘)라는 은둔형 인간이 100만 명이 넘는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도 10만이 넘었다고 한다. 특히 남자들이 더 많다고 한다.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되는 세상 속에서 우리 자신들은 변화에 대해 무얼 준비해야 할까? 앨빈 토플러가 말한 ‘미래 쇼크’에서 속도에 의해 우리는 쇼크를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일까?

그래서 이 책에서는 10년 후 당신 인생은 어떤 모습일까 하고 묻고 있다. 서문에서도 미래란, 모르는 자에겐 두려움이고 아는 자에겐 즐거움이다 라고 제목을 뽑고 있다.

고등학교 1학년인 나의 아들은 자신 전용 컴퓨터와 휴대폰을 가지고 있으면서 텔레비전을 볼 수 있는 휴대폰을 사 달라고 조르고 있다. 텔레비전을 볼 시간이 없으니 등하굣길에 걸어다니면서 텔레비전을 볼 것이란다. 속도에 함몰되어가는 십대를 보면서 나는 아득하게 ‘오래된 미러를 떠올린다.

과학문명의 발달이 인간의 편리함을 극도로 누리게 하지만 인간의 탐욕을 어디까지 몰고 갈 것인지 나는 두렵기만 하다. 정말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면서 공동체적 삶을 누리며 유유자적 사는 삶을 떠 올리는 것은 유토피아일 뿐일까?

/손지윤(논술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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