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람 몰아쳐도 들꽃처럼 자라다오

“먹기 싫으면 숟가락 놓고 일어나거라. 배가 부르구나.”

   

요즘 부모들은 자녀에게 이런 말을 잘 못한다. 밥을 안 먹으면 몸이 약해지니 밥을 먹어달라고 사정한다. 맛있는 반찬만 골라먹으면 야채도 좀 먹으라고 다그치다가 자녀가 못 먹겠다고 하면 “그래 아무거나 많이 먹어라”며 자녀들에게 지고 만다. 심지어는 학교 갈 준비하는 자녀를 졸졸 따라다니며 밥을 떠먹여주는 부모도 있다.

이렇게 해서는 평생 편식도 고쳐지지 않고, 식습관도 엉망이 된다. 밥 먹기 싫어 반찬 투정하고 숟가락만 깔짝거리는 아이들에게 특효약은 바로 “먹기 싫으면 숟가락 놓고 일어나거라. 배가 부르구나” 냉정한 이 한마디다.

열린 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거창 샛별초등학교 주중식 교장 역시 어린 시절 어머니의 이 말 한마디 덕분에 여태까지 어떤 음식이든 가리지 않고 잘 먹는 식습관을 갖게 되었다.

이 책은 주 교장이 교실, 운동장, 강당에서 아이들과 쓰고 읽고 노래하고 뛰노는 사이사이에 배우고 가르친 것에 대해 일기 쓰듯이 기록한 글을 한자리에 모은 것이다. ‘웃음꽃 피는 교실에서'편에는 공교육 현장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가득하다.

특별 점심시간을 마련해 고구마, 감자, 사과, 밤, 오이, 양파, 땅콩, 달걀 같은 것을 점심때 먹도록 한다. 아이들이 온갖 식품첨가제가 들어있는 가공식품을 먹기 시작하면서 행동이 그전 같지 않아 주교장이 제안한 방법이다.

또 텔레비전 안보고 지내는 날도 정해 지켜보고, 진짜 총과 똑같은 모양으로 나온 장난감총을 아이들에게 부수라고 교육시키기도 한다.

열린 교육을 실천하는 교사가 교실·운동장·강당에서 아이들과 쓰고 읽고 노래하고 뛰노는 사이사이 배우고 가르친 것에 대해 기록한 일기

주교장은 “제 딴에는 아이들한테 충분히 알아듣게 말해서 한 일이지만 아이들은 속으로 저를 원망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일을 하지 않고 평화의 동산을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요”라며 “평화교육은 학교에서 해야겠지만 가장 먼저 해야 할 곳은 가정입니다. 평화로운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남을 도우며 살지 남의 것을 빼앗거나 남을 해치지 않습니다”라고 아이를 억누르지 말고 키우라고 충고한다.

   
새학기에 아이들과 처음 만났을 때 반장이 “차려, 경례”하면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 습관도 바꿨다. 그냥 선생님이 교실로 들어서면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반갑습니다' 또는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한다.

‘들꽃은 스스로 자란다’편에서는 “아이들은 언제나 답을 알고 있다. 귀담아 듣노라면, 아이들 말은 곧 하늘 말”임을 알 수 있는 얘기들이 쏟아진다.

아이들의 산만한 수업태도 때문에 수업시간에 태도가 좋은 아이는 성적에 5점을 더주고, 나쁜 사람은 5점을 덜어내는 ‘법'을 만들었다. 그러나 반 아이 하나가 ‘협박하듯 자세 좋으면 점수 올려주고 안 그러면 부모님께 일러준다는 식, 언제부터 선생님이 서양 물들 듯 점수 물이 들었는지 모르겠다'라고 쓴 일기를 보고 주교장은 ‘법'을 하루만에 뜯어고친 일도 있다고 털어놓는다.

꿈을 적어보라고 했을 때 대부분 대통령, 판사, 의사, 교사, 가수 등을 써냈는데 ‘아버지가 하시는 자동차 배터리점을 물려받아서 하겠다'고 써낸 아이를 보며 가슴 뿌듯했던 일도 담았다.

‘책읽기, 글쓰기'편에는 일기 쓰는 법과 책을 읽혀야 하는 이유, 책읽기를 시작해야 하는 시기, 좋은 책을 고르는 방법, 학급문집 만들기 등을 쉽고 간결하게 썼다.

‘샛별초등학교 이야기'와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편에서는 학예발표회, 어린이날, 삼일절, 운동회 등 학교에서 여는 행사들에 학부모가 거리낌없이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실천방안을 담고 있다.

주 교장의 참교육 방침은 아이들을 소중하게 키우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시 ‘들꽃, 너를 닮고 싶구나'에도 배어 있다.

‘논둑길 산등성이 외롭게 살면서도/키 크고 화려한 꽃 부러워하지 않는/비바람 몰아쳐 괴롭고 힘들어도/맑은 얼굴 환하게 웃으며 살아가는//들꽃 너를 닮고 싶구나/너를 닮고 싶구나//꽃가루와 꿀은 벌나비 너 가져라/조그만 향기마저 바람한테 나눠주는/아름다워라 들꽃/나도 너처럼 살아갈래'

/한길사. 313쪽.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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