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하면 나도 하겠다’ 진단서만 믿다가 ‘낭패’

법정에서 유리한 입장에 서기 위해 상해진단서만 믿고 함부로 맞고소 하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양산경찰서는 9일 사실상 가해자이면서도 자신도 부상을 당했다며 상해진단서를 발급받아 피해자를 맞고소 한 박모(54·부산시 해운대구)씨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맞고소한 사람이 경찰에 구속되기는 극히 이례적인 것이다.

경찰은 가해자가 흔히 싸움과정에서 폭행을 가한 뒤 피해자가 고소할 것에 대비, 상해진단서를 발급받아 맞고소함으로써 법질서를 어지럽히고 이에 따른 경찰력이 대거 소모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가해자를 구속했다.

뿐만 아니라 이번 구속조치는 일반인들 사이에서 상해진단서만 받으면 무조건 고소할 수 있다고 잘못 인식되고 있는 ‘상해진단서 만능주의’에 대한 경각심도 일깨워주고 있다.

양산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가해자 박씨는 지난 3월 24일 낮 웅상 모시장 주변에서 함께 고스톱을 치던 성모씨가 자신이 도박으로 딴 돈을 주지 않는다며 심하게 다퉜다.

이에 5일 후인 같은 달 29일 이들을 화해시키기 위해 자리를 주선한 또 다른 상인 박모(52)씨에게 “내 사위가 검사다, 내 덕 안본 사람 있으면 나와 봐라”는 등 큰 소리를 쳐 박씨가 “화해하는 자리인데 왜 그런 말을 하느냐”며 불만을 드러내자 박 씨를 마구 폭행, 이 5개를 부러뜨리는 등 전치 4주의 상처를 입혔다.

이에 가해자 박씨는 피해자 박씨에게 치료비를 지불하겠다며 화해했지만, 결국 경찰에 입건되자 몸싸움 과정에서 자신도 골절상을 입었다며 모 의료기관에서 4주 상당의 상해진단서를 발급받아 맞고소했다.

하지만 가해자 박씨의 이같은 행위는 사법기관으로부터 혐의를 인정받지 못한 채 오히려 본인의 가해부분만 인정됨으로써 결국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경찰 관계자는 “일부 병원들이 영리에만 급급해 정확한 진단보다는 의뢰인들의 말만 듣고 진단서를 발급하는 사례가 많다”며 “철저한 수사를 통해 무분별한 진단서 발급행위를 엄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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