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각 기업 등에서 구조조정이라는 명분으로 구성원에게 명예퇴직을 권하는 것이 일반화되다 보니 이제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은 그 의미를 상실하고, 직장생활이 하루하루의 연명처럼 느껴지게 되면서, 주위에는 차라리 이런 저런 눈치 보며 마음 졸이느니 아예 조그만 가게라도 차리는 것이 낫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때문에 동네에는 하루 이틀 멀다하고 생겨나는 소규모 자영업소들도 많아졌다.

동네 곳곳 소규모 창업

대부분의 그러한 업소들은 규모가 작고, 고도의 기술이나 많은 인력 또는 경험을 필요로 하지 않거나, 한 두 명의 기술 또는 경험 보유자만으로도 개업이 가능한, 즉 진입장벽이 낮은 업종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어서 이미 퇴직을 했거나, 퇴직을 고려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러한 매력들 때문에 많은 창업자들이 동종업종에 몰려들면서 한 동네 안에서 ‘제 살 깎기’와 같은 과열 경쟁이 일어나, 스스로 무너지는 현상마저 일어나게 되었다(조간신문 사이에 끼어 있는 개업광고지와 가격파괴안내지가 얼마나 많은가).
이 현상을 지켜보던 정부가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해결하고자 제시한 것이 ‘자영업자 대책’으로 세탁소나 제과점 같은 업종의 창업시 자격증을 요구하는 등 진입장벽을 쌓고, 대신 프랜차이즈로의 사업전환을 권유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였다.

이 대책이 발표되자 관련업계 종사자들과 전문가들 사이에는 실효성에 관한 논란뿐 아니라 시장경제에 대한 회의까지 일어났으며, 급기야 이 대책은 전면 재검토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게 되었다.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의 30%이상이 자영업자라는 통계가 보여주듯이 우리 경제에 크게 자리 잡고 있는 이들 자영업자들을 위한 제대로 된 정책조차 없었던 과거에 비하면 이만한 대책마련이라도 하려했던 정부의 관심은 긍정적인 가치가 있었음에도 많은 비난이 일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이에 관해 전문가들은 ‘시장경제의 원리’와 ‘국민정서’를 정부가 간과한 것이 비난을 야기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는 자영업에 대한 공급과잉과 과당경쟁을 자유경제시장에서의 일반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당사자가 조절해 나가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정부가 직접 개입하여 자격증제도나 창업적성검사로 업종진입을 제한하는 것은 지나친 간섭이 되어 시장의 흐름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직장인들이 마지막 생활의 대안으로 여기는 것이 자영업이지만 반면에, 자영업 특성상 과세에 대한 불투명성으로 세금부과가 직장인들보다는 비교적 적다는 불만의 대상으로서 자영업을 바라보는 이중적인 국민정서를 감안할 때, 정부의 지나친 개입이나 지원은 창업자나 직장인들 각각의 입장에 따라 ‘제한’이냐 ‘혜택’이냐 그 시각이 달라지는 사안이므로 그 개입은 신중해야 하는데 이러한 점들을 간과한 대책이었다는 것이다.

지나친 간섭…난맥 자초

<세계가 배우는 한국기업의 희망>은 신뢰받는 기업이면서 뛰어난 경영성과를 거둔 유한킴벌리와 문국현 사장에 관한 이야기다. 이 책에서 문 사장은 혁신적인 경영은 원칙에서 시작되며, 기업의 효율성은 사람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지키고 키움으로써 달성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그는 실제로 인원감축이라는 구조조정 없이 ‘4조 2교대’를 통한 근무체제로 안정적이고 발전적인 경영으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회사를 만들었기에 그의 경영원칙은 귀담아 들을 가치가 있다.

때때로 사람들은 국가경제의 경영을 한 기업의 경영과 같다고도 하고, 혹은 다르다고도 한다. 아마 경영이라는 그림으로 볼 때는 같다고도 할 것이고, 국가라는 큰 그림으로 볼 때는 다르다고도 할 것이다. 그러나 원칙에 충실하라고 하는 것은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홍순택(경남은행 경영관리부 차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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