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경 전 헌재재판관이 임대 소득세 탈루 의혹 ‘NGO 고발 회오리’에 휘말려 불명예 사퇴를 하던 날, 불쑥 떠오른 꽃 한 송이가 있었습니다. 한국의 대표적 딸깍발이 판사 김홍섭이 언젠가 출근길에 주웠다던 그 꽃이 말입니다. 그는 그 꽃을 판사실에 꽂아 두고 <꽃이 있는 법정>이라는 시도 짓고, 스케치도 했다고 합니다. 그 작품을 본 일은 없습니다만, 아마 미(美)와 정의의 불가분의 관계를 그리지 않았겠나 하는 짐작은 가게 합니다.

이(李) 전 재판관이 사퇴하던 무렵 헌재의 황치연(44) 헌법연구관이 첫 시집 <혁명가들에게 고(告)함>을 냈습니다. 황 시인의 상사가 시인인 송인준 헌재재판관이라 하니 김홍섭 판사의 옛 꽃 한 송이가 두 송이로 늘어난 듯한 가감(佳感)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이(李) 전 재판관이 만약 송 재판관처럼 시인이었더라면 혹 시적 꽃을 가꿨을지도 알 수야 없는 일입니다.

아무리 봐도 손수건에다가

닦으라는 눈물은 안 닦고

시퍼런 코나 팽 푼 듯한

그래서 산문적이 된 듯한

판사여

시적(詩的)이 못된 판사여

그대의 불미(不美)가 딱하노라.

/전의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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