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농촌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농번기다. 그런데 이처럼 바쁜 시기에 산청읍 모고 덕촌 상봉 운곡마을 농민 30여명이 농사일을 제쳐 두고 이달 초 농업기반공사 산청지소로 몰려들었다.

농민들이 모내기를 미루면서까지 농기공 산청지소를 찾아온 이유는 어이없게도 기반공사가 모고지구 수리시설 개보수 공사를 하면서 공사를 지체, 물이 없어 모내기를 못하자 대책을 따지는 항의방문이었다.

수리시설을 갖추는 가장 큰 이유는 가뭄 등 기상이변으로 인해 농사일에 차질이 있을때를 대비해 물을 가둬 둠으로써 안정적인 농사를 짓고자 함이다. 그런데 기상이변 등 천재도 아닌 수리시설 개 보수 공사가 지체돼 저수지에 물이 없어 모내기를 못한다니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다.

더구나 이런 사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이미 5월초 모고저수지를 이용하는 마을 영농회장단과 농기공 관계자들이 모여 대책회의를 열어 모내기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약속까지 한 바 있다. 하지만 대책회의는 회의로만 그친 채, 농민들이 우려한 모내기 차질은 현실로 나타나 농심을 화나게 했다.

농민들이 이날 산청지소에 몰려간 이유 역시 대책회의 후 한달이라는 기간동안 물 부족 사태에 대한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고 세월만 보내는 등 안일하게 대처한 인재라는데 분개한 것이다.

특히 농민들은 수리시설 개·보수 이전에도 농사를 잘 지어 왔는데, 굳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공사를 하면서 모내기 차질과 올해 수확감소까지 염려스럽게 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농기공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농민들의 영농에 최소한 물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하는 것에 목적이 있지 않을까.

결과적으로 이번 농기공 산청지소의 업무수행은 농민들의 영농편의는 고려하지 않고 공사기간이 남았다며 안일하게 대처하다 오히려 불편만 초래한 꼴이 되고 말았다.

농기공이 정말 농민들을 위한 기관이라면 보다 헌신적인 자세로 농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기관으로 거듭 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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