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마산시 진전면 오서리에서 열린 제2회 권환문학제는 주최측에서 중요행사로 꼽은 권환 유택 참배나 한국 문학계의 거목인 김윤식 교수의 초청 특강이 벌어진 문학심포지엄도 의미 있었지만 어린이백일장 대회가 더욱 눈에 띄었다.

4월 중순부터 이달 중순까지 두 달동안 주말마다 각종 문학·문화행사가 도내 각지에서 이어지며 어린이 백일장 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현장에서 독도나 봄을 주제로 시제를 던져주면 아이들은 열심히 ‘글짓기’를 한다. 옆에서 부모가 도와주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글에서는 여전히 ‘새들이 노래하고 바람이 살랑살랑 불고 독도는 우리 땅’일 뿐 아이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권환문학제 개회식은 4일 오전 9시 30분, 백일장은 11시께부터 진행됐다. 그런데 10시가 넘어도 백일장 시제가 정해지지 않았다. 주최측 관계자는 “시제가 계속 바뀌고 있습니다. 지금은 ‘나비’를 시제로 할까도 싶은데 좀더 있어봐야 결정됩니다. 산에 나비가 있을지 모르겠네요”라며 의외로 태평이었다. 백일장에 앞서 초등학교 저학년은 들꽃 전문가와 함께하는 ‘자연생태 걷기대회’, 고학년은 ‘역사체험 걷기대회’가 준비돼 있었다.

이 걷기 대회에서 보고 듣고 체험한 것을 아이들이 쓰도록 하기 위해 시제 결정은 걷기대회 이후로 미룬 것이었다. 아이들이 돌아올 때쯤 돼서야 결국 저학년 부문의 시제가 ‘냇갗로 결정됐다. 실제 산에서 냇물에 손을 담그고 냇가에 핀 여러 들꽃을 인솔자와 함께 공부하며 느낀 진솔한 ‘체험글’을, ‘짓는 것’이 아닌 ‘쓰는 것’을 핵심으로 꼽은 대회였다.

부모의 올바른 역할은 어른의 표현과 기교를 아이들에게 주입하며 글짓는 것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것을 부추긴 것이 바로 권환문학제 백일장 주최측의 의지였다. 어른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지은 글’에 각종 상을 수여하는 예전 모습을 답습하지 않고 ‘체험글’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번 행사는 그래서 더욱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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