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김치의 물량공세가 국내 김치시장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은 새롭게 빚어진 일이 아니다. 포장김치의 경우 작년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면서 그 요인이 중국수입품 김치에 있었음은 이미 밝혀졌고 이에 따라 직능별 언론과 농민단체를 중심으로 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왔었다. 최근에 전국 체인을 가진 홈플러스가 중국산 김치를 진열장에 올려놓으면서 이 문제가 공론화된 것뿐이다. 홈플러스가 중국산 김치에 대해 철저한 원산지 표시와 위생안전에 만전을 기했다면, 그리고 국내산 김치와 차별화 판매전략을 기하지 않았다면 업주를 비난하기 이전에 농업보호 차원의 대책마련이 급선무이다.

김치시장이 축소되면 채소작물 전 분야가 연쇄타격을 입게 된다. 주종인 배추와 무는 말할 것도 없고 파·마늘·고추 등의 판로가 위축돼 채소농업이 붕괴되고 채소농가의 몰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따라서 김치는 단순시장이 아니다. 농업기반을 떠받치고 있는 주력산업과 마찬가지다. 쌀시장이 개방돼 가뜩이나 미맥생산성과 농가채산성이 문제가 되고 있는 판에 수입김치로 인해 채소농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음으로써 일어날 수 있는 후유증은 예사롭지가 않다.

값싸고 맛있으면 찾는 소비자가 있는 법이다. 대개 먹는 품목은 국산을 더 좋아하는 것이 상례여서 김치 역시 국산선호도가 훨씬 높은 편이지만 문제의 출발점은 중국산 김치가 무진장한 자원과 헐한 인건비에 힘입어 저가공략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데 있다. 헐한 맛에 맛들이면 그 여파가 클 수밖에 없다는 것 또한 기정사실이다.

그러므로 중국산 김치의 수입과 판매는 농업정책적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이 마땅하다. 우선 원산지 표시를 철저하게 하지 않으면 안된다. 당국이 소비자신고에 의존하는 단속을 벗어나서 실질적인 단속망을 펴야할 것이다. 그런 후에 대형마트나 할인매장·백화점 등의 준수여부를 엄격하게 감독해야 한다. 농협이나 관련단체·업계에서 벌이는 국산김치 애용운동은 한계가 있는 만큼 행정조직을 효율적으로 가동시켜 24시간 감시체제를 정착시켜야 한다.

그리고 업계는 두 개의 측면으로 사활을 걸어야 한다. 즉 맛과 신선도에서 중국산을 따돌리는 일이다. 토착식품이라고는 하나 앞으로는 질높은 김치를 개발하는데 특단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그것이다. 이보다 더 좋은 돌파구는 없다는 것을 인식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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