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현충일날 일입니다. 예년에 해왔던 대로 올해도 우리집 아내이자 반장께선 또 “국기 게양이 무슨 곡식 농사인가? 왜 또 가물을 타게 하고 지랄들이야” 하겠거니 싶었는데, 도통 이렇다 저렇다 말이 없었습니다. 그 대신 이런 재밌는 일이 생겼습니다.

작년 현충일날, 아내가 하도 가물 태극기 타령을 해쌌는지라 꾀를 냈습니다. 그건 시 읊게 하기였습니다. 충북 음성 출신으로 <잉여촌> 동인인 시인 조남훈의 시 <현충일>을 손에 들려 주며 한번만 읊어 보라고 권했습니다. 그랬더니 채 1분도 안 돼 아내의 얼굴이 환해졌습니다. “아 시원해. 그 시 참 약이다 약!”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시는 이러합니다. ‘태극기 세 개가 펄럭입니다 / 씨발 씨발 / 씨발 / 욕질하며 펄럭입니다 / 오늘은 현충일 / 태극기 세 개만 아파트 창가에 달랑 / 씨발 씨발 씨발 / 펄럭입니다’.


52년을 참호에 웅크렸다가

죽어 묻혔다가 비로소

하늘 본, 조국 하늘 본

강원 횡성 그 무명용사가

앞의 욕

‘씨발 씨발 씨발’에

맛들이지 않기만을 비옵네.

/전의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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