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개월 동안 추진되어 왔던 경상대와 창원대의 통합이 결국 무산됐다고 한다. 그 동안 두 대학의 구성원들이 협상과정에서 보여준 모습과 사회적 기대는 너무나 달랐다는 점에서 이 사건이 지닌 의미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경상대와 창원대는 통합에 관한 대원칙인 기본합의는 체결하였지만, 대학본부와 단과대 배치 등과 같은 소소한 실무협상에서 통합이 무산되었기 때문에 대학구성원들의 집단이기주의가 통합실패의 이유라고 비판받고 있다. 하지만 이런 비판은 문제의 핵심을 오도하고 있다.

현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대학통합사업은 출발에서부터 모순투성이라는 점이다. 두 대학이 통합실패 이후 교육부에 구조개혁 선도대학 지원사업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대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학통합이 대학의 필요에 의해서 제기된 것이 아니다. 교육부가 대학통합을 성사시킬 경우 막대한 재정을 지원하겠다는 정책은 대학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보직교수들에게는 매력적인 제안으로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런 식의 당근 정책을 일관되게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통합과는 무관한 독자대학 유지사업에도 재정지원을 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서 대학통합을 어렵게 하고 있다. 게다가 교육부가 대학통합의 필요성으로 제시하는 대학경쟁력강화는 기본전제에서부터 문제가 있다.

대학의 양적 규모가 커진다고 대학경쟁력이 강화된다는 발상은 근본적으로 교육철학의 빈곤이 빚어낸 결과물에 불과하다. 오히려 대학교육기관의 질적 발전을 위해서는 대학 구성원들 내부에서 먼저 민주적 토론과정이 전제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일부가 밀어붙이는 식으로 대학통합사업이 진행되었을 뿐이다.

게다가 기업구조조정의 목표와 대학구조조정은 근본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기업이 목표하는 이윤추구를 대학사회에 그대로 적용한다면, 경쟁논리로만 교육이 채워질 것이다. 즉 교육이 지닌 본래적 목표와 의미는 상실할 위험이 있다.

현재 대학의 위기라고 일컬어지는 문제가 과연 어디에서 출발하고 있는 것인지 이제는 알아야 한다. 양질의 우수한 인재들이 서울로만 집중되는 현상을 그대로 두고 과연 지방대학의 구성원들에게만 살을 깎는 노력을 하라는 말이 과연 타당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논설위원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