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시인 권환, 카프파 1인자”

“혁명시인 권환은 카프 정통파의 1인자이자 유일한 인물입니다. 그러나 조선의 현실과 무관한 글쓰기로 인해 끝내 문학사적 주류에 동화되지 못하고 떨어져 유성의 신세가 된 데 권환 문학의 비극성이 있습니다.”

지난 4일 마산시 진전면 오서리에서 열린 제2회 권환문학제.

   
이날 행사의 하나로 준비된 문학심포지엄에서 김윤식 서울대 명예교수는 문학특강으로 ‘혁명시인 에른스트 톨러와 카프시인 권환-두개의 자료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기조논문을 발표했다.

김교수에 따르면 카프 문학사의 단절성의 한 가운데 권환이 자리한다.

해방 공간과 그 이후 국내 문학사는 크게 △임화·김남천계 △한설야·이기영계 △이북만·권환계로 이야기 되지만 권환을 제외하고는 스스로 카프직계로 인식하지 않고 새로운 나라 만들기에 몰두하며 카프직계란 버려야 할 유산으로 치부, 단절을 위해 온 힘을 기울였다.

김 교수는 해방 공간에서 문학가동맹 초대 서기장으로 추대된 권환이 어떻게 월북하지 않고 고향 마산에 정착했는가, 그것도 마산 중학 독일어 강사에까지 나아갈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을 제시하며, 권환의 남한 잔존은 어쩌면 해방공간에서 카프가 지닌 존재의의가 깡그리 무시됐던 이러한 당시 시류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번 논문에서 김 교수가 제시한 ‘두개의 자료’는 일본 유학 당시 권환의 성적표와 ‘혁명시인 에른스트 톨러의 작품에 나타난 그의 사상’이라는 주제의 권환 졸업 논문.

   
권환에 대한 자료 대부분이 기록성 자료보다는 풍문성 자료에 의존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졸업논문은 그 ‘기록성’으로도 중요성을 지닌다.

김교수는 희곡작가인 톨러를 혁명시인으로 규정한데에 1930년대 이후 소위 카프의 볼셰비키화 단계의 글쓰기 해명 열쇠가 들어있다며, ‘혁명시인’과 ‘카프시인’은 등가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권환의 희곡 <광(狂)!>과 소설 <썩은 안해> <자선당의 불> 등은 국한혼용체를 사용한 김동인이나 염상섭의 초기작과 마찬가지로 혁명적 성격이 깃들어 있지만, 문제는 권환이 이런 소설 형식을 김동인이나 염상섭처럼 현실적 소재에 접목시키지 못했다는 점이다.

즉 실험 이후의 다음 단계가 없는 것으로, 만일 권환이 당대 조선의 현실에 접목하고 여기에 소설 기반을 두고자 했다면 당대 카프 작가의 문체에 접근했을 것이라고 김 교수는 주장했다.

이러한 권환의 의지와 과도한 관념성은 혁명시인 톨러에서 온 것으로, 볼셰비키화가 진짜 카프문학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과격성·추상성·관념성에서 벗어나고자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임화·김남천·이기영·한설야 등은 ‘타협할 줄 안 까닭’에 어떤 상황에서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으며 서서히 문학사의 주류 속으로 편입돼 갔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김교수는 권환을 카프 정통파의 제1인자이자 유일한 인물이라고 꼽았다.

진영 출신인 김 교수는 <한국 근대 문예비평사 연구> <임화 연구> <발견으로서의 한국현대문학사> 등을 펴냈으며, ‘우리나라 국문학도들이 넘어야 할 큰 산’으로 추앙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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