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선적 장어통발어선 신풍호를 둘러싸고 한국 경비정과 일본 순시정이 대치하는 모습을 본 많은 국민들은 양국관계가 이런 사건을 통해 직접 충돌에 이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우려를 하고 있다. 그런 한편 일본이 국내 해역에 들어와서까지 이토록 강경한 자세를 견지한데 대한 심층적인 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양국 해경이 대치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하게 된 직접적인 배경은 신풍호의 EEZ 침범 및 조업여부다. 그러나 국내어선이 일본 EEZ를 침범하거나, 그곳에서 조업을 하는 사례는 다반사여서 이번처럼 사건이 확대될 이유가 없었다.

정황상 신풍호가 검문에 불응하고 도주했기 때문에 일본 순시정이 나포를 위해 따라붙은 것은 이해될법 하지만, 무리하게 어선에 승선해 선원들을 헬멧과 전자봉으로 폭행한 것은 다분히 의도성을 지닌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일본이 자국 EEZ내에서 불법 조업을 하다 적발된 전력을 지닌 어선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불법조업 여부에 관계없이 항해만 하더라도 나포한다는 강경 방침을 세워놓고 있기는 해도, 이러한 방침 자체가 일방적인 것이어서 이번과 같은 대치사건으로 확대되리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않았다.

전체 흐름을 분석해보면 일단은 일본이 이른바 EEZ 침범을‘경고’하는 차원에서 부러 과도한 대응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올들어 경색국면으로 치닫는 한일 관계가 깔려 있으며, 일본이 상황을 자국에 유리하도록 끌고가기 위해 ‘나포’라는 수단을 통해 한국을 압박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풀이가 가능하다.

조업 여부는 차치하고 신풍호가 일본 수역을 침범한 것은 분명하기에 일본측의 행위가 ‘턱없는 짓’이었다고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일방적인 블랙리스트를 통해 한국어선을 과도하게 괴롭힌다거나, 한·일 해상치안 기관장이 신풍호와 같은 사례가 발생할 경우 상대국에 사전 통보해 문제를 처리토록 한 양국 선린 공조 약속을 먼저 파기한 것은 분명히 짚고 남어가야할 대목이다.

특히 일본해경이 한국해역에 들어와서도 고압적인 태도를 조금도 수그러 뜨리지 않았던 것은 잊어서는 안될 치욕이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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