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보가>에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흥보 내외 금슬은 좋던가 / 자식들을 낳았으되 깜부기 하나 없이 / 아들만 꼭 열아홉을 조롯이 낳았것다’. 그 돼지 새끼 낳기 뺨칠 흥보네 자식들의 배고픈 설움이야 오죽했겠습니까. 한데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흥보네 대식구가 만약 발 뻗칠 집마저 없었더라면 듀엣 가수 ‘육각수’의 구성진 엮음 ‘흥보가 기가 막혀’는 더 처량했을 것입니다.

수숫대, 뻥대 한 짐으로 반나절에 지은 집으로, 누워서 발 뻗으면 발목이 벽 밖으로 나가고, 멋모르고 일어서면 모가지가 지붕 밖으로 나간다던 흥부네 집일망정 오늘날의 영세 무주택자들에게는 대궐로 여겨질 법도 합니다.

서울에선 ‘다둥이’네가 임대주택 우선 지원 ‘시책(市策)’ 덕을 톡톡히(?) 볼 모양입니다. 저출산 그늘에 볕도 들게 할 기제(機制)로서 약속 이행만 틀림없다면야 명책(名策) 반열엔 들 성싶습니다.


‘벽 선 공간’ 갈망 두 연인

친구의 아파트 빌렸던 날

주인에게 몸 앗긴 여주인공

등장 소설 <제8요일> 닮은

무주택

그 설움 <제8요일>이

발 못붙일 날은 그 언제?

/전의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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