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의 재래시장 중 하나인 산호시장 입구. 백화점 때문에 북적이는 거리에서 한참 떨어진 300m 남짓한 이 골목에는 ‘무더기 창업’의 그늘이 드리워 있다. ‘점포세’‘임대’ 표지가 붙어 있는 건 요즘 어딜 가나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나 문을 닫는 점포 옆에 새로 문을 여는 점포, 아직 간판을 떼지 않았거나 이전의 간판을 그냥 달고 영업하는 점포들이 여럿 있다. 들여다보면 창업하거나 폐업하는 업종도 별다르지 않다.

두 집 건너 미용실이 하나 있었는데 문을 닫고 건너편 세 집쯤 건너 새로운 미용실이 ‘○○○ 오픈’이라는 플래카드를 휘날리며 영업을 시작하는 식이다. 그러나 더 자세히 보면 문을 닫은 점포도 얼마 전 리모델링한 흔적이 남아 있다. 브랜드점처럼 새로 단장해 재기를 노렸거나 어쨌든 팔아보려는 주인의 자구책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대략 세어 봐도 이 작은 골목에 미용실이 아홉 개다.

행인이 많은 시내라 해도 ‘공급 과잉’인 이런 풍경이 동네에서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어딜 가나 널려 있는 전단지를 봐도 알 수 있다. 피자 한 판을 시키면 한 판을 더 끼워주고, 치킨에 콜라에 피자까지 1만원만 내면 먹을 수 있다. ‘일단 문 열고 보자’고 창업했지만 아이디어나 정보력에서 한계가 있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대규모 프랜차이즈나 해야 남는 ‘가격파괴’다. ‘이렇게 팔아서 뭐 남나’ 싶은 음식점이 한 두 군데가 아니다. 31일 발표된 정부의 ‘영세자영업자 종합대책’은 이런 면에서 일견 반갑다. 일반인은 취합하기 힘든 상권 밀집도 지수와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전문 컨설팅을 80% 싼 가격에 받아볼 수 있다. 비용 부담이 무서워 프랜차이즈 할 엄두를 못 냈던 자영업자에게는 5000만원 한도에서 신용 대출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참을 들여다봐도 귀에 쏙 들어오는 무엇 하나 없는 것은 이 또한 일종의 대국민 엄포 혹은 위로를 위한 말 잔치에 불과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적어도 구조조정이 자발적이라면 시장의 손에 맡겨져야 하고, 그 구조조정이 성공하려면 그 시장의 경기가 나아져야 한다는 원론을 또 한 번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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