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의 국교정상화이래 지금처럼 일본의 행동이 우려스러운 때가 없었다. 일본은 4년 전에 역사교과서를 개악하였다가 아시아 제국의 맹렬한 항의를 받고 시정을 약속했었다. 그런데 금년에 검인정심사를 통과한 일본의 일부 교과서에는 여전히 잘못된 역사내용을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술 더 떠서 독도에 대한 영토주장까지 추가하였다.

한국과 중국이 요구한 교과서시정과 야스쿠니신사에서의 전범에 대한 참배중지 요청을 일본이 묵살하고 더 나아가 외교적 결례를 무릅쓰면서 적반하장 격으로 반격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과거에 대해 더 이상 뉘우침도 없이 총리부터 장차관과 외교부 고위관리까지 나서서 이웃을 자극하는 발언을 계속하고 있어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 그들은 제삼국에게 독도의 관할권, 동해 명칭변경, 및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계획 등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군대 몸집 계속 불리는 일본

일본의 탐욕스러운 대외지향적 팽창정책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전 국토가 전쟁에 휘말린 일본을 평정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정권을 유지하고 싶은 망상에 사로잡혀 전쟁터에서 단련된 군대를 침략전선으로 내몰았다. 그는 먼저 필리핀과 현재의 오키나와인 유구에 사신을 보내 복속을 강요하였고, 조선과 명을 치기 위해 1592년에 대규모 부대를 부산에 상륙시켜서 인류역사상 가장 끔찍한 전쟁의 하나로 기록된 임진왜란을 일으켰다.

그 후 약 300년이 지난 20세기 초부터 1945년에 패망할 때까지 일본 제국주의 군부와 그 수뇌 히로히토도 여러 전쟁을 일으키고 식민지를 착취하였다. 그 수하들이 저지른 악행은 모두 열거하기 어렵지만 문화 및 역사파괴 및 억압, 경제수탈, 강제동원, 군대위안부, 인체실험, 및 엄청난 살육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그런데도 일본은 과거에 대해 반성다운 반성을 하지 않고 피해보상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집단이다. 오히려 사실상 지역 내 최강이 되어버린 군대의 몸집을 계속 불리고 있고 북한의 잠재적 위협을 부풀려 가면서 선제 공격도 가능하도록 제도를 바꾸고 있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심각하게 변하고 있는 일본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중화주의에 입각하여 타민족 및 타국에 대한 차별이 심하며 자기 중심의 세계질서를 꿈꾸는 중국, 옛 소련의 영광을 회복하기 위해 기회를 노리는 러시아에다가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잃어버릴 대로 잃어버린 북한이 둘러싸고 있다. 지구상에서 서로 신뢰하지 않는 강대국들이 대치하고 있는 곳은 동북아시아밖에 없다.

이 지역의 최대 현안이 된 북한의 핵 개발을 중단시키기 위한 6자 회담이 추진되다가 중단되었다. 북한과 미국의 대립은 불신을 조장하고 한반도 주변정세를 예측 불허하게 만들고 있다. 북핵문제 외에도 일본과 중국과의 갈등도 점증하고 있는데 미국의 중국포위전략에 따른 미국과 중국간 긴장의 파고가 높아질 수 있다. 이번에 역사왜곡과 영토분쟁을 두고 중국과 외교적으로 실랑이를 벌이면서 일본이 더욱 강경해지는 것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평화체계 구축 위한 노력 필요

동북아시아에서 북핵을 포함한 갈등과 분쟁을 종식시키고 지역 내 평화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우선 필요한 것은 서로간의 긍정적인 행위와 협력으로 협조체제를 구축하려는 노력이다. 현재의 일본과 중국 지도층의 행적을 보면 해결이 요원하게 보이나 장기적으로는 화해를 위한 각국 정부와 국민들의 노력이 절실하다.

한국은 당사자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이 지역의 갈등에 대하여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한국인들은 어느 나라 사람보다도 간절하게 평화를 갈망하고 있지만 독자적인 힘만으로는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분쟁을 해결하고 평화를 정착시키기 어렵게 되어 있다. 일시적인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고 현실에 맞는 지혜로운 대처가 필요하다. 사회 내부부터 분열을 지양하고 비평화적 구조를 해결하면 이 지역 평화에 필요한 중심역할을 할 자격이 충분히 있다.

/황인환(경남국학운동시민연합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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